대우자동차 처리가 외통수에 몰렸다.

우선 지난번 1차 입찰에서 포드와 경쟁을 벌였던 현대자동차-다임러크라이슬러 컨소시엄과 GM이 주춤거리고 있어 정부의 조기처리 스케줄은 빗나가고 있다.

정부가 시간여유를 갖고 처리하고 싶어도 채권은행들이 "밑빠진 독에 물붙기 식" 지원에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어 대우차 지원도 한계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신용평가기관들이나 투자은행들은 "대우차 조기처리여부를 놓고 한국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을 평가하겠다"고 겁을 주는 한편 대우차를 탐내는 회사들에 대해선 "리스크" 경고메시지를 보내고 있어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일 진념 재경부 장관주재로 경제장관회의를 열었지만 당장 묘수를 찾기 힘들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다.

증권분석가들이나 국제입찰및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와 채권단이 국면전환에만 급급한 나머지 대우차문제가 완전히 새로운 상황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우려하고있다.

<> 자동차산업에 대한 정책기조 부재 =포드의 전격철수로 대우차문제가 갑자기 꼬이자 정부와 채권단은 갈피를 못잡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당초 독점방지와 외자유치를 내세우면서 현대의 대우차 입찰참여 자체를 내심 못마땅했던 정부와 채권단은 상황이 다급해지자 현대에 입찰참여를 종용하기에 이르렀다.

법무법인 파트노이&어쏘시에이트의 정영진 변호사는 "독점같은 중대한 정책을 심각한 논의도 없이 하루아침에 바꾼 것은 조령모객의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왔다갔다하는 것은 대우차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한국의 자동차산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산업정책적 기조를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로지 금융논리로 "달러를 많이 주면 판다"는 식으로 접근하다 보니 포드가 전격적으로 포기해 버리자 "진퇴양난"의 형국이 돼버린 것이다.

포드의 포기 이후에도 정부의 이런 임기응변식 대응에는 변화가 없어 보인다.

신국환 산자부장관이 "대우차 매각이 실패할 경우 자동차산업 합리화 차원에서 대우차 처리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가 채권단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 정부의 아무추어적인 접근과 내부혼선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지난 18일 대우차 처리방안을 발표하면서 "현대가 다임러 외에 다른 파트너를 잡고 입찰에 참가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지만 이튿날 대우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엄낙용 총재는 "다임러가 아니라도 무방하다"고 뒤집었고 20일 경제장관회의에선 엄 총재가 대우차 재입찰을 총괄하도록 했다.

경제장관회의 직후 엄 총재는 "현대자동차가 먼저 인수한 뒤 외국파트너와 협의해도 된다"는 조기처리 방안을 내놨지만 관계 전문가들로부터 "국제입찰이나 자동차업계의 전략제휴를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모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다임러와 현대의 전략적 제휴는 주요 경영전략을 포함한 포괄적 제휴"라면서 "현대가 다임러를 빼고 다른 외국회사와 손잡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 주저하는 입찰고객 =GM 다임러 현대 등은 1차 입찰때 파격적인 최고액수를 써낼 정도로 대우를 탐냈던 포드가 가격협상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철수했다면 대우차 인수는 "동반부실의 지름길"일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국제적인 기업신용평가기관이나 투자은행 등이 대우차를 탐내는 자동차회사에 대해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도 이들을 주춤거리게 한다.

실제로 엄 총재의 ''현대의 대우차 단독입찰허용'' 발언이 나왔던 지난 19일 현대차 주가는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