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공모가격:5천원,청약자격:제한없음,청약대행증권사:LG투자증권,청약사무취급처:대신증권 삼성증권 대우증권 현대증권..."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 위해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주식을 공모하는 한국중공업이 19일자 주요 일간지에 공모계획을 공고했다.

청약자격 주당공모가격 투자자유의사항 등은 다 설명이 돼있으나 이상하게도 공모공고에 감초처럼 들어가는 주간사회사가 없다.

주간사회사의 자리에는 "청약대행증권사"로 LG투자증권이 적혀있을 뿐이다.

주간사와 청약대행의 차이는 엄청나다.

주간사회사는 딜러(Dealer)로서 공모주식을 자기 계산으로 전량 매입(총액인수)한 뒤 이를 기관투자가나 일반인들에게 매각(공모)한다.

특히 주간사에는 상장후 주가가 떨어지면 무조건 주식을 되사주어야 하는 시장조성 책임이 따른다.

이에 비해 청약대행은 투자자들이 모일 수 있도록 장소(증권사 창구)를 빌려주고 청약결과나 집계해주는 근로서비스만 제공해주면 된다.

단순 브로커의 역할에 불과하다.

"한중의 주식 공모규모가 1천2백50억원어치나 되는데 누가 용감하게 주간사를 맡겠습니까"

증권업계 인수업무 전문가들의 답변은 간단하다.

장세전망이 불투명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1천억원이 넘는 물건을 다룰 수있을만큼 기반이 탄탄한 증권회사가 과연 있겠느냐는 것.차선책으로 2-3개사가 연합작전을 펼치는 공동주간사를 추진하기도 했으나 증권사들의 기피로 역시 무산됐다는 귀띔이다.

주간사 제의를 받았던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작년 겨울 한국가스공사의 공동 주간사들이 시장조성을 하느라 곤욕을 치른 이후 "큰 물건"은 사절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시장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사업기반이 확고한 공기업이 주간사 증권사도 잡지못한채 주식공모에 나섰다는 것은 분명 서글픈 일이다.

1천2백억원 규모의 물량도 소화해내지 못할 만큼 허약한 것으로 판명된 한국 증권업계의 경쟁력 점수 또한 궁금하다.

양홍모 증권2부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