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종이에 유채,30.2X3.6㎝)은 대향(大鄕) 이중섭(李仲燮,1916∼1956)화백이 1951년 제주도 서귀포에서 그린 그림이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가족과 함께 서귀포에서 피난생활을 하면서 게를 잡아 부식으로 삼은 작가와 그 가족의 가난한 삶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이중섭의 작품에 게를 소재로 삼은 예가 많다는 것은 그가 고달프고 고통스러운 피난생활의 역경을 게라는 상징물을 통해 그림으로 녹여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중섭이 그린 게는 요즈음 문제가 되고 있는 납이 든 게는 아니다.

그의 게는 가난도 낭만으로 풀어 낼수 있는 운치를 가지고 있다.

전쟁의 와중에서 작품을 제작한다는 것도 무리였고,유화재료를 구입해 쓴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종이에 유채로 그려져 있다.

종이의 가장자리도 선으로 한계를 지워 옹색한 느낌을 준다.

화면에는 벌거숭이 어린이가 게를 잡아 끈으로 묶어 끌고 있다.

아마도 바닷가에서 놀고 있는 친구들에게 게를 잡았다고 자랑하는 것 같다.

이 그림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게를 끌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이다.

서있는 어린이의 몸체는 정면으로 그려져 있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머리는 뒤로 향한 상태로 묘사되어 있다.

몸은 앞으로,얼굴은 거꾸로 그린 것이다.

이러한 형태변형을 표현주의적 미술이라며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에선 정신적 착란상태에서 그린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어찌되었던 이 그림은 이중섭 화백이 전쟁중 초가삼칸집에서 일본인 부인 이남덕씨(일본명 야마모토 마사코)와 두 아들이 함께 모여 살 때 그린 것이어서 애환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이중섭 화백은 생전에 "피란지에서 배가 고프면 아이들과 같이 바닷가에 나가 게를 잡아먹고,그 영혼들을 위로하기위해 게 그림을 그렸다"고 서귀포 생활을 회고했다.

9월6일은 이중섭 화백의 44주기.

지금 서귀포에서는 올해로 세 번째 맞는 ''이중섭 예술제''가 펼쳐지고 있다.

이중섭은 서귀포 피난생활을 마지막으로 가족들과 헤어진후 행려환자로 여기저기 떠돌다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이규일 월간 art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