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과 서,그리고 노와 사가 하나로''

5일 오후 3시 대구 동구 팔공산 갓바위밑 예비군훈련장.

전남 광양과 경북 포항 호미곶에서 각각 채화된 성화가 점화대 위에서 합쳐진채 타오르면서 ''제2회 동서지역 노사한마음 행사''의 막이 올랐다.

평소에 예비군들로 가득찼던 이곳에 영·호남 지역의 기업체 사장과 노조위원장 등 노사 대표 1천2백여명이 한마음으로 모였다.

참석자의 절반은 대구·경북지역에서,나머지 절반은 광주 전남.북지역에서 왔다.

한 회사에 2∼3명씩 5백여 업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남북 정상이 적대와 반목의 세월을 청산키로 다짐한 마당에 미완의 난제로 남은 지역과 노사갈등을 극복하는 데 앞장서기 위해 팔공산에 올랐다.

지난해 8월 노사한마음 행사를 영·호남지역에서 번갈아 개최하자는 협약에 따라 연 이번 행사는 한국경제신문사의 후원으로 영남지역노사단체(노총 경총)가 주최하고 대구시,경북,대구지방노동청이 주관했다.

작년 9월 전남 담양 가마골 야영장에서 호남지역 노사단체 주최로 열렸던 ''동서지역 합동 노사한마음 잔치'' 이후 영·호남 기업인과 노조간부 간에 1년여만의 상봉이 이뤄진 것이다.

김호진 노동부 장관,이남순 한국노총 위원장,김창성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이 참석해 영·호남 노사대표들을 격려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 보낸 메시지에서 "이번 행사를 계기로 노사및 국민화합을 위한 다짐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생산적 노사관계및 국민대통합의 밑거름이 될 것을 기대한다"며 "대화와 협력을 통한 노사간 동반성장으로 21세기 한반도 중심시대의 주역이 되자"고 호소했다.

이날 영·호남 노사대표는 세계 일류국가로의 힘찬 도약을 위해 새로운 노사문화를 정착하고 국민화합을 도모하자는 내용의 ''새천년 노사문화 정착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이어 LG필립스LCD와 한솔포렘의 노사협력 우수사례가 발표됐다.

행사장에 어둠이 깔리자 ''어울림의 장''이 펼쳐졌다.

뽀빠이 이상용씨의 사회로 동서지역 4개팀씩 참가하는 노래자랑이 벌어졌다.

근로자가요제 수상자등 각사에서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나와 평소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노사대표들도 어깨동무를 한채 같이 몸을 흔들었다.

초대가수 주현미 안치환 인순이의 열창이 이어진 뒤 2백발의 폭죽아래 캠프파이어가 시작되면서 축제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이날 공식행사는 분임별 노사화합토론회로 끝났다.

그러나 흉금 없는 노사간의 대화가 계속되면서 텐트 속의 불빛은 좀처럼 꺼질줄 몰랐다.

노사 대표들은 그간 쌓인 불신과 갈등을 소주잔에 담아 함께 비웠다.

대구=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