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경제신문은 중견 건설업체인 우방의 부도처리를 시작으로 ''무너지는 건설업''이란 시리즈에서 건설산업의 현황과 회생대책을 정확하게 지적해 주었다.

이같은 여론에 힘입어 정부도 건설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게 됐다.

그러나 건설업계가 총체적 위기에 처하고 있더라도 건설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이 필요한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연탄산업이 쇠퇴한다고 무작정 연탄을 쓸 수 없듯이 건설산업이 쇠퇴한다고 무작정 건설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위기의 원인은 건설업체의 초과공급에 있다.

금융시장의 불신이 건설업 위기의 원인이라고 하지만, 이 불신의 이유가 바로 건설업체의 초과공급 때문에 전망이 불투명하다는데 있는 것이다.

일반 건설업체수는 지난 97년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어난 반면 업체당 평균 수주금액은 반 정도로 급락했다.

3천여개의 중소주택업체중 올들어 주택사업을 벌인 곳은 92개 업체밖에 되지 않는다.

이같은 건설업체의 초과공급은 덤핑입찰로 이어지고 결국 부도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즉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경쟁력없는 공급자는 시장에서 퇴출된다는 것이 시장의 원칙이다.

건설경기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부양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바로 그런 논리로 재벌과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을 미뤄 왔고 그 결과가 바로 IMF 경제위기가 아닌가.

물론 건설경기를 공짜로 부양할 수 있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 세상에 공짜란 없다.

정부가 발표한 양도소득세 감면과 6천5백억원 규모의 신규 공공사업발주는 결국 다른 세금을 추가로 인상시켜 조달되거나, 국가적으로 필요한 다른 사업을 축소시킬 수밖에 없다.

특히 21세기를 위한 지식산업에 대한 투자와 교육이 축소된다면 우리의 경제성장은 둔화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생활수준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공공사업이란 국가 전체의 이득을 위한 것이지, 자생력없는 산업에 일시적으로 수요를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손익분석없는 건설경기 부양은 또다시 고속철도사업과 같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쓸모없는 사업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주택은 미분양될 것이고 개통할 수 없는 도로와 가동할 수 없는 쓰레기 소각장이 다시 건설될 것이다.

결국은 국민이 건설산업을 위해 희생되는 것이다.

건설경기 부양정책 없이는 대부분의 건설업체가 부도처리돼 건설산업의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에 건설업체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는 한 건설업체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 70년대의 중동 건설과 80년대의 주택 2백만호 건설과 같은 초고성장시대의 건설 붐을 다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현재의 건설업체 전체를 먹여 살리기엔 수요가 부족하기에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시작되고 있을 뿐이다.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퇴출될 수밖에 없고, 경쟁력이 있는 기업은 초과공급이 해소돼 번영할 것이다.

물론 많은 건설업체가 부도나는 것은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시장에서 자생할 수 없는 기업을 응급조치로 회생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는 결국 부실 건설업체의 생명을 연장시켜 부작용을 키우는 일에 불과하다.

우방의 회장이 민주당원이고 대구지역의 대표적 건설업체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부도 처리한 용기를 금융기관과 정부는 잊지 말기 바란다.

chulsoo@sookmy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