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경영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기업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전면수사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검찰 수사는 그동안 법정관리 화의 워크아웃 등으로 겨우 목숨을 부지해 오면서도 기업경영 개선은 소홀히 한 채 회사재산을 횡령하거나 배임한 경영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부실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방조한 금융기관 직원도 수사대상이다.

검찰의 이번 수사로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을 흥청망청 써오며 기업을 부실에 빠트린 기업주와 임직원들은 철퇴를 맞게 됐다.

검찰은 앞으로 전국 지검.지청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수사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뜻이다.

경제 회복의 걸림돌인 ''부실''을 한꺼번에 조속히 털어내고 올바르게 경영을 하고 있는 경제인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려는 배려도 담겨 있다.

◆ 수사 배경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 경제정의 실현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게 검찰의 설명이다.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과 금융기관의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고 국민 부담만 늘어간다는 여론의 비난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 중점 수사대상 =박상길 대검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은 "부실기업 모두를 수사할 수 없는 만큼 부실채권의 규모가 일정규모 이상인 기업을 수사대상으로 잡았다"며 "그동안 문제로 거론된 업체는 모두 포함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기준은 밝히지 않았으나 △법정관리 화의 워크아웃중인 회사재산을 임의로 빼돌려 은닉 또는 처분하거나 △회사재산 헐값처분 △불법 내부거래 △거액을 대출받은 후 고의로 파산시켜 회사재산을 탈법적으로 다시 사들인 부실기업주 등이 중점 수사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부실관리 워크아웃 기업은 최우선 수사대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유 토지를 계열사에 팔고 매각대금의 일부를 다른 계열사의 증자대금으로 쓴 박상희 미주그룹 회장 등이 수사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개인재산을 포기, 채권단에 처분을 위임하고도 인감을 변경해 소유권 이전을 거부하고 있는 최원석 전동아그룹 회장도 수사받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대우그룹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별도로 특검을 하고 있어 이번엔 수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 수사방향과 일정 =대검 중수부는 이번 주내로 수사방향과 수사대상을 분류, 지검.지청별로 구체적인 지침을 내려보낼 계획이다.

각 지검은 대검에서 보내온 자료와 자체 수집한 부실기업의 경영실태를 중심으로 다음주부터 강도높은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수사는 신속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기업에 대한 수사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쳐선 안되기 때문이다.

박 수사기획관은 "부실채권이 발생해 기업은 거의 망했는데도 기업주는 엄청난 규모의 개인재산을 숨겨 놓은 경우가 많다"며 "이미 상당량의 정보가 축적돼 있어 수사는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