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8월은 전에 없던 감동과 파란속에 지나고 있다.

의약분업체제의 시행에 따른 마찰 등이 사회를 혼란의 소용돌이속으로 몰아넣었다.

반면 남북화합의 물꼬를 트는 역사적 이벤트가 줄을 이어서 사회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붕 띄워졌다.

이런 가운데 8·15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고 3만명이 넘는 수형자와 전과자에게 사면복권의 은전이 내려졌다.

전에 없이 변화가 큰 2000년대의 첫 광복기념달을 보내며 우리는 새로운 시대가 개막됐음을 느낀다.

이제 이 사회의 현실을 돌아보고 전도(前途)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질서가 깨진 것''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줄로 생각한다.

법과 제도는 무시되고,질서를 갖는 조직의 권위는 날로 추락하고 있다.

법과 질서를 어기고 뛰는 자가 이득을 보고,법도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자는 바보가 된다.

이것은 단순한 새치기에서 시작,채무 불이행이나 집단적 권리싸움 사기 독직 권력투쟁에 이르기까지 모든 범칙·범죄행위에 해당한다.

이런 사회는 혼란을 통제할 수 없고 정의를 실현할 수 없다.

정직·선량한 시민들은 세상을 원망하며 도태된다.

국민 전반이 부정과 무질서에 유혹되고 갈등은 누적돼 언젠가는 국가와 국민이 쇠망의 길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반전시킬 수 있을까.

전국(戰國)시대 상앙(商 )은 법질서를 확립시켜 궁벽한 진(秦)나라로 하여금 중국 천하 통일의 기초를 마련하게 했다.

진의 새 법령이 공포됐는데 태자가 법을 어겼다.

상앙은 "도대체 국법이 시행되지 않음은 신분 높은 사람이 법을 안지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자를 벌할 수는 없다"하고,대신 그 스승의 이마에 입묵(入墨)을 시키고 보호책임자를 처벌했다.

이렇게 철저히 법을 시행하고 10년이 지나자,길에 떨어진 것이 있어도 줍는 사람이 없고,산과 들에 도둑이 없으며,백성의 의식(衣食)이 어느 집이나 풍족해졌다고 사기(史記)는 전한다.

옛 사람들은 인간세계의 질서가 우주 모든 사상(事象)의 기본이 되고 특히 위정자의 책임이 가장 막중한 것으로 보았다.

즉 군왕이 마음을 바르게 가지면 조정의 백관이 마음을 바르게 갖게 된다.

관리방백의 바른 마음가짐은 모든 백성의 마음가짐을 바르게 이끌고,사방 야만족의 마음까지 다함께 바르게 이끈다.

이렇게 인간세계가 일체가 되면 자연의 사악한 기운이 범할 틈이 없다.

음양과 자연의 섭리는 서로 조화하고,비와 바람이 때를 맞춰 내리며 이로 인해 백성이 번성해서 복과 기쁨이 넘치게 된다는 것이다.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임금이 오른쪽 어깨를 벗고 하늘에 죄를 청하는 것은 이러한 사상에서 출발한다.

옛 사람들의 이런 행적은 시공을 초월하는 진리로 남아 한국의 현실에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만약 대통령이 불법과 부정을 불구대천(不俱戴天) 원수 대하듯 싫어한다면 전과자나 부정축재자가 장관과 여당의원이 될 수 없다.

법과 관료직이 정치적 타협의 대상물로 이용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범죄와 비리를 사갈(蛇蝎)처럼 싫어하는 사람만이 고위직에 등용될 것이고 그러한 책임자 아래서는 부정한 관리가 생존할 수 없다.

또 그러한 관리가 관장하는 업무엔 불법과 사사로움이 끼여 들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시민들은 질서를 지키고 정도를 따름이 이익이 됨을 알게 된다.

광복절은 매년 대통령이 부패척결과 형평사회 추진을 맹세하는 장(場)이 돼왔다.

작년 8·15에는 특히 ''반부패 특별위원회''까지 두어 정의사회 실현을 위해 매진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필자는 이 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다.

대신 작년의 8·15에, 새 밀레니엄이 시작됐다는 구실로 금년 초에,그리고 이번의 대규모 사면 은전이 세차례 내려진 것을 들었을 뿐이다.

이제는 위정자가 단순한 구호보다 무엇이라도 구체적으로 법질서 회복을 위한 행동을 보여줘야 할 때다.

이 일은 아마도 대통령이 범죄자들을 감형 사면 복권해 주고 전과자를 등용하는 사례부터 없애는 것으로부터 시작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kimyb@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