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의 여파로 꽁꽁 얼어붙은 회사채시장은 언제쯤 풀리려나.

시장 일부에선 죽었던 회사채 수요가 되살아나는 조짐도 보인다.

그러나 글자 그대로 일부에 지나지 않을 뿐 대다수 중견 중소기업들은 아직도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8월부터 연말까지 만기도래하는 회사채는 23조원에 달하지만 회사채의 차환발행(일종의 만기연장)은 아직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회사채의 최대 매수기관인 투신사의 자금여력이 별로 없는데다 다른 금융기관들도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신용도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회사채는 매입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BBB급 이하 같은 신용도가 떨어지는 기업의 자금난은 여전한 상황이다.

죽어 있던 회사채 수요가 최근들어 일부기업에 대해선 조금씩 깨어나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회사채를 한데 묶어 발행함으로써 리스크를 줄인 프라이머리 CBO(발행시장 채권담보부증권)를 통해 중견기업이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LG투자증권이 60개 기업을 대상으로, 대우증권이 25개 기업을 묶어 모두 2조원 규모의 프라이머리CBO를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이어 9월초까지 3조원이 추가로 발행돼 중견기업의 자금난 해소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 하나로통신 신세기통신 대상산소 미래와사람등 신용등급이 BBB인 기업들이 단독으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이에대해 황보영옥 한국투신 채권팀장은 "종전에는 BBB급 회사채의 발행이 어려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금경색 현상이 다소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징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가 회사채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자금경색을 유발한 금융.기업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고 그 결과 은행에 몰려 있는 부동자금이 고수익을 찾아 투신사등 제2금융권으로 이동해야만 회사채시장이 본격적으로 정상을 찾아갈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