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을 위해 상하이(上海)시내를 여행하다 보면 다양한 시장을 접하게 된다.

백화점 대형할인매장 수퍼체인(중국명 차오스.超市)24시간편의점 전문상창(商場) 전매점 거리노점상...

대리석 바닥이 깔린 호화스러운 백화점 옆에는 파리가 들끓는 식품점이 있기도 하다.

상하이 유통시장은 그래서 "19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는 곳"이라는 말이 나온다.

"상하이는 중국 현대상업 발달사의 교과서입니다.

상하이 유통시장을 알면 중국유통의 내일을 알수 있지요.

지난 1백년동안 서방국가에서 벌어졌던 일이 최근 10년동안 상하이 유통시장에서 압축돼 나타나고 있습니다".

취재중 만난 중궈상바오(中國商報)의 수런셴(蘇仁先)기자는 상하이 유통시장을 이렇게 정리했다.

유통망에 대한 개념조차 없던 상하이에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대형 할인매장이 속속 진출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상하이시장에 변혁의 조짐이 일기 시작한 것은 지난 90년대초 유통집단 롄화(聯華)가 슈퍼마켓 개념의 차오스 구축에 나서면서부터다.

90년대 중반 들어 상하이 유통시장은 더 큰 변혁의 회오리바람에 휩싸이게 된다.

까르푸(家樂富) 마크로(萬客隆) 월마트 E마트(易買得) 등 대형 할인점이 잇따라 상하이에 입성하게 된 것.

이들은 선진 유통기법으로 가격을 낮췄고 글로벌조달로 상품선택의 폭을 넓혔다.

소비자의 반응은 금방 나타났다.

"상하이 사람들은 이제 백화점에 가지 않습니다.

주택가의 할인매장에 가면 더 싼 제품을 얼마든지 살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한국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조선족 동포 김태활씨의 얘기다.

작년 80여개 외국계 매장의 상품판매액이 상하이 전체 판매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들의 출현은 시장점유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백화점이 갖고 있는 고급상품 판매영역,전통상점이 갖고 있던 저가상품 영역을 한 순간에 무너뜨린 것이다.

상품판매 루트가 다양화됐다는 얘기다.

이마트 김선진 상하이본부장은 "지금 유통점 무게중심이 백화점에서 할인매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우리가 5∼6년 전에 겪었던 유통혁명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유통점이 변혁의 전면에 섰다.

화롄(華聯) 롄화(聯華) 눙궁상싼자(農工商三家) 등 3개 차오스 업체가 체인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등 시장방어에 나섰다.

이들에 이어 각 유통업체의 체인점 진출이 이어져 지난해말 현재 상하이시내에만 약 3천2백개의 차오스가 영업 중이다.

상하이 전체 상품판매액의 17%가 이들 몫이다.

이들은 특히 상하이시내에 20여개의 물류센터를 설립,24시간 배송체제를 확립했다.

컴퓨터로 영업관리 업무를 처리하는 경영정보시스템(MIS)도 도입했다.

상하이의 차오스들은 지금 ''탈(脫)상하이''를 추진하고 있다.

상하이를 기반으로 한 체인망을 주요 동부연안 도시,나아가 내륙으로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화롄의 경우 전국 8개 성에 5백여개의 체인망을 두고 있다.

차오스와 할인매장에 고객을 빼앗긴 백화점은 진퇴양난의 늪에서 고민하고 있다.

고가전략에도 한계가 있고 저가시장은 이미 빼앗겼기 때문이다.

외국 유통점의 공세,차오스의 전국화 전략,백화점의 자기변신 모색 등 중국 현대 상업발전사 교과서는 지금 복잡하게 쓰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