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국가들의 금융시장 불안은 가벼이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와 태국 바트화의 지속적인 가치하락, 그리고 필리핀 외환시장의 동요 등은 어떤 면에서는 지난 97년과 매우 비슷한 진행경과를 보여주고 있어 예의주시해야할 뿐더러 적절한 대비책을 세워놓아야할 필요성도 높여놓고 있다.

"외환보유고가 9백억달러를 넘어서 있는 만큼 동남아 위기가 재연되더라도 한국은 충분히 극복할 것"이라는 게 국제결제은행(BIS)등 외국 기관들의 평가이긴 하지만 단기외채 증가,무역수지 흑자감소등 부정적 요인들도 결코 적지않은 만큼 지금으로서는 단단한 대비를 해야할 뿐 결코 방심할 일은 아니다.

최근의 일만 하더라도 이번주 초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이 각각 4억달러와 3억달러의 긴급구제금융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받았고 이를 계기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평가가 나빠지는등 불길한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불안의 진원지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마침 정치불안까지 겹치면서 루피아화가 연초대비 25%를 넘어서는 폭락세를 계속하고 있고 이는 태국 바트화와 필리핀 페소화등 인근국 통화들을 동반 하락시키고 있다는 분석들이다.

동남아 증시에서의 외국인 주식매도 러시는 이미 우리나라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게 사실이고 이 지역 국가들의 달러표시 해외 채권에까지 심각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

지난 연말 1.57%였던 우리나라 외평채 가산금리가 이달들어 2.18%까지 치솟았고 말레이시아가 전년말 1.75%에서 2.12%로 치솟는 등 아시아 국가들에 적용되는 가산금리가 일제히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최근의 현상은 결코 쉽게 생각해선 안될 일이다. 금융구조조정을 서두르고 현대사태를 조기에 수습하는 것은 물론 내주 초에 단행될 내각개편을 계기로 금융시장 불안이 말끔히 사라지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