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고 줄여라"

벤처업계가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장기 침체와 맞물려 "벤처 위기론"이 불거지자 긴축경영에 여념이 없다.

확대 지향적인 예전의 경영방식으론 자금난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업계는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일부 업체들은 인원과 조직을 줄이는 등 본격적인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인터넷 벤처기업들은 수익모델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 최대 포털서비스업체의 하나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올 상반기 광고 단가를 인상한데 이어 인터넷 메일 솔루션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연말 목표는 손익분기점(BEP)을 넘어 흑자기반을 구축하는 것.

불필요한 경비를 줄이려는 노력도 활발하다.

음악방송인 렛츠뮤직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나눔기술은 기관투자가들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했다.

몇백억원의 현금자산을 가졌지만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최근들어 신규 회원모집을 위한 마케팅 활동을 거의 중단했다.

회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다 기존 회원을 관리하는데도 적지 않은 돈이 들기 때문.

한번 가입하면 탈퇴하기 어려운 다른 인터넷업체와 달리 S뮤직은 사이트 첫 페이지에 탈퇴 아이콘을 두고 있다.

굳이 싫다는 회원을 수익성과 무관하게 억지로 붙잡아둘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조직 통폐합을 통한 몸집 줄이기도 구조조정의 단골 메뉴.

물류업체인 인터파크는 최근 오프라인 유통망을 관리하던 유통망 사업팀과 물류팀을 하나로 합쳤다.

또 22개의 오프라인 직영점도 10개 미만으로 줄였다.

음반업체인 D사도 기존의 4개 부서를 쇼핑몰과 마일리지 등 2개 사업부서로 합치고 직원도 60명에서 40여명선으로 줄여 나갈 계획이다.

필요한 자금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낮은 가격에라도 투자를 유치하거나 아예 외국으로 투자선을 찾아나서는 업체도 늘고 있다.

셋톱박스 생산업체인 A사.

연초 액면가의 30배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는 제안도 많이 들어 왔지만 협상 시기를 몇 번 놓치다보니 최근에는 10배가 채 안되는 프리미엄으로 투자를 받았다.

높은 배수를 고집하는 등 명분에 연연하기보다 자금시장이 어려운 만큼 향후 소요 자금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

일부 제조업 기반의 벤처기업들은 해외기업과 접촉하고 있다.

지명도 높은 주주를 유치할 수 있고 해외업체와의 제휴도 수월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문서인식 소프트웨어 업체인 이니트의 이영태 사장은 "기업만 우량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받는 것이 더 쉽다"며 "장기적으로 정보통신기기에 관심이 있는 만큼 해외에 나가 투자도 받고 협력업체도 물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