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주 남부의 이스트 브런즈위크에서 뉴미디어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토머스 그로버 매스터즈(47)씨.

그는 한국에 대해 남다른 기억을 갖고 있다.

어린 시절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C레이션 분유를 손가락에 찍어 먹으며 맛있어 하던 일,3명의 피붙이를 감당할 길이 없어 독약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머니 곁에서 아무 대책없이 사흘 밤을 함께 보낸 기억… 친척에 의해 고아원으로 보내졌지만 다섯살때까지는 ''서웅기''란 이름의 엄연한 한국인이었다.

생전 처음 본 파란 눈의 외국인 부부에게 이끌려 누이동생과 함께 비행기에 탄 그는 캔자스주의 위치타란 마을에 짐을 풀었고,그 때부터 그의 이름은 ''토미''로 바뀌었다.

한편으로는 한국의 고아원시절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유복한 생활에 황홀했지만,말과 문화와 생김새가 다른 양부모와 이웃들의 사이에서 어린 남매가 겪어야 했던 갈등은 누구에게도 호소할 길이 없었다.

그가 지난주 한 모임의 강단에 섰다.

미주한인 입양인 연합단체인 KAAN이 뉴욕인근의 해스브룩 하이츠힐튼호텔에서 개최한 입양인 대회에서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기 위해 연사로 나선 것이다.

그의 연설에 귀를 기울이는 8백여 미국인 부모들의 태도는 진지했다.

백인지역인 아칸소주의 콘웨이라는 마을에서 온 가이 린드그린씨 부부는 "우리 아이가 자신의 뿌리에 대해 갈등하지 않도록 한국인 유학생을 수소문해 한국어 교습을 해주고 있다"며 입양과 관련, "과거에는 양부모가 가난한 나라의 입양아에게 시혜를 베푸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이제는 입양을 해주는 아이쪽이 오히려 시혜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한인 입양아대회의 이모저모를 보도하면서 "현재 미국에는 10만여명의 한인 입양아 출신이 살고 있으며,지난해 미국가정에 입양된 1만6천명의 어린이들중 2천명이 한국인"이라고 밝혔다.

미국시장에서 상품수출 경쟁력은 날로 떨어져 고전하고 있는 한국이 ''고아수출에 관한 한 경쟁력있는 나라''라는 소리를 면할 날은 언제쯤일까.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