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비평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배은환씨가 박성용 금호문화재단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데 이어 무용가 김민희씨도 자신의 작품을 비평한 무용평론가 송종건씨를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악애호가의 코멘트에서 전문가의 평론에 이르기까지 무차별적 명예훼손 시비에 휘말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예술적 판단이 우선돼야 겠지만 이미 공은 법정으로 넘어가버린 상태다.

문제는 예술비평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이 왜 이렇게 확산되고 있는가이다.

공연예술관련 인터넷업체인 조이엠닷컴의 문유진 이사는 "전문연주자와 전문무용가,권위있는 평론가들이 거의 없는 국내 공연예술계의 현실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국내 유명 연주자와 무용가들은 교수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

자신의 공연에 대한 비평이 교수직을 수행할 수 있는 자질에 대한 평가로 해석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예술인으로서 비평을 솔직히 받아들이기보다 교수 등 자신이 갖고 있는 사회적 지위가 타격을 받지 않을까 먼저 두려워하게 된다.

법정싸움이 예견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인 셈이다.

국내 평론가와 그들의 비평에 대한 불신감이 공연예술계 전반에 퍼져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이종덕 세종문화회관 총감독은 "예술인들이 잘 써달라는 뜻으로 평론가에게 많이 접근하고 보이지 않게 밀착해온 게 사실"이라며 "평론다운 평론은 안쓰고 개인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좋게 혹은 나쁘게 쓰는 평론은 지양돼야 한다"고 말한다.

상황이 이런 만큼 자신을 혹평한 글과 맞닥뜨리면 객관적인 비평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을 음해하는 글로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평론을 문제삼아 명예훼손으로 끌고 가는 것은 예술인으로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라는 게 공연예술계의 중론이다.

평론은 예술인 자체에 대한 비평이라기보다 특정한 날의 공연이 어떠했다는 것이므로 개인적인 감정을 먼저 내세워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비평에 대한 이견이 있을 경우 반론이나 토론을 통해 상호 예술적 입장과 견해를 밝힐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과정이 간과된 채…힘의 논리로 비평에 도전한다면 비평의 앞날은 암울할 수밖에 없다"고 한국예술발전협의회(회장 이태주)와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회장 변인식)는 송종건씨의 명예훼손 피소와 관련한 성명에서 밝히고 있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