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버뱅크 조영선(39) 사장은 지난달 북받쳐 오르는 눈물을 간신히 참았다.

지난해 여름 창업, 개발해낸 무선 인터넷 단말기 "멀티팜"을 스페인 비텔컴(Vitelcom)사에 11억8천만달러어치나 수출키로 계약을 맺은 것.

지난 3개월동안 스무번이 넘게 해외출장을 다니고 함께 고생하던 간부사원이 과로로 쓰러져 숨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뤄낸 성과였다.

또 벤처기업 위기론이 떠돌고 있는 가운데 창업한지 1년이 안된 새내기 벤처기업이 해낸 일이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었다.

분당 아파트형공장에 입주해 있는 옵토마인 양근영(40) 사장은 요즘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최근 개발에 성공한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인 도광판의 설계 및 양산기술을 본격적으로 사업화하기 위해 분초를 아껴가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

일본 업체들만이 가지고 있던 이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양 사장은 올 하반기부터 관련 제품을 내놓기 위해 공장을 마련중이다.

코스닥 시장이 장기침체에 빠진 지난 5월말 9개 기관투자가로부터 40억원을 투자받은 양 사장은 "벤처기업들이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지만 확실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에는 별 상관없는 얘기"라고 잘라말했다.

나래기술 서정길(41) 사장 역시 벤처기업 위기론과 자금난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전공정에서 웨이퍼에 산화막을 형성시키는 장비를 개발중인 서 사장은 내년 상반기에 이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지만 필요 자금에 대한 걱정은 없다.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달중에 출시 예정인 첨단 헬스러닝머신도 이미 국내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자금 확보에 문제가 없다는게 서 사장의 설명이다.

이처럼 코스닥 장기침체 등으로 불거진 벤처기업 위기론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벤처기업들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수익모델이 불확실한 일부 벤처기업들에서 시작된 어려움이 코스닥 장기침체와 연결되면서 근거없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는게 벤처업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주목받아온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은 나름대로 ''작은 성공신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묵묵히 뛰고 있는 것이다.

치과전문 포털사이트(www.tnd21.com)를 운영중인 트러스트&디벨롭먼트(T&D) 곽종채(38) 사장은 "닷컴기업 위기론이 떠돌고 있지만 오프라인과의 협력모델을 갖추고 있거나 기존 산업의 디지털화 등을 통해 확실한 수익모델을 만들어낸 인터넷 기업들엔 여전히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신현암 수석연구원은 "코스닥 침체-벤처투자 위축-벤처기업 자금난으로 이어지고 있는 최근 상황은 일부 벤처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성급한 우려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지적하고 "여전히 대다수 벤처기업들은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