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내놓은 ''1999년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부의 한해 가사노동 가치는 1백7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전업주부의 하루 노동시간 5시간39분,직장있는 주부의 노동시간 3시간20분에 여성근로자의 시간당 평균임금을 곱해 산출한 액수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4백84조원에 이를 더하면 5백91조원이 된다.

달리 얘기하면 GDP의 18.1%가 주부의 가사노동에 따른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는 오랫동안 지속돼온 논란거리다.

끝없이 이어지는 집안일의 경우 들이는 노력과 시간에 비해 과소평가되기 일쑤인 까닭이다.

하일지씨의 장편소설 ''경마장 가는 길''의 주인공 R가 전업주부인 아내를 무능하고 소비적인 인물로 여기며 한사코 이혼한 뒤 좀더 능력있는 여성과 재혼하고 싶어하는 것은 전업주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극단적으로 드러낸 경우거니와 IMF체제 이후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는 더욱 평가절하된 감이 짙었다.

구체적인 경제활동으로 인한 적극적 수입만 중시한 결과 미혼남성을 대상으로 한 ''이상적인 아내상'' 앙케트에서 위기의 남자를 이해할 수 있는 인간성과 경제력을 함께 갖춘 여성이 꼽히고 직업없이 살림만 하는 여성은 최악의 배우자로 지적됐을 정도다.

우리 사회 전반에서 집안일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아온 증거는 일하는 주부의 가사노동시간이 만만치 않은데서도 잘 드러난다.

미취학자녀를 둔 취업주부의 일하는 시간이 평일 10시간, 일요일 7시간46분이나 되는 것은 집안일을 얼마나 우습게 알아왔는지를 나타내는 단적인 예의 하나다.

통계청의 이번 조사는 성별.연령.직업이 다른 사람들의 하루 생활을 파악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로써 지금까지 주먹구구로 추정되던 주부의 가사노동 가치가 가시적 수치로 환산될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그렇더라도 이 액수는 주부노동의 실제가치와는 거리가 멀 확률이 높다.

주부의 일은 육아 요리 청소만으로 규정될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주부의 몫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운데 돈으로 따질수 없는 무한대의 것임에 주목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