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27일 국회파행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 여야가 대치정국을 풀어 나갈 실마리를 찾았다.

그러나 민주당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 대한 비난과 함께 국회파행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반격에 나선데다 한나라당도 국회법의 상임위 통과를 원천무효화하라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는 등 명분싸움을 계속하고 있어 조기 관계정상화는 쉽지 않을 형국이다.

지방휴양지에서 급거 귀경한 김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서영훈 대표와 김옥두 사무총장 등 당 3역으로부터 조찬을 겸한 당무보고를 받고 국회파행 사태에 대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조속한 국회정상화를 촉구했다.

김 대통령은 "국회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안건들이 상정.결정돼야 한다"며 "다수라고 의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거나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국회에서 토론과 대화를 통해 결정된 내용은 여야 모두 다수의 결정에 복종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도 즉각 권철현 대변인을 통해 "우리당이 요구한 사과수준에는 미흡하지만 민주당이 국회법을 지키지 않은 것을 인정한데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 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서울시지부 개편대회에서 서영훈 대표가 이회창 총재를 강도높게 비난, 분위기가 돌변했다.

서 대표는 축사에서 "정치 지도자들이 뒷거래를 통해 문제를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서로 대화한다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없다"며 이 총재를 겨냥했다.

대통령의 유감표명을 한나라당이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데 대해 불만을 가진 민주당이 국회 의장단 감금 등 폭력에 대한 이 총재의 사과를 요구하며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정균환 총무는 "임시국회 소집문제는 야당과 최대한 상의할 것"이라면서도 "추경예산과 민생법안은 하루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 조만간 국회소집요구서를 제출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당초 예정대로 오는 31일 임시국회를 열어 한나라당의 참석 여부와 관계없이 약사법 개정안 등을 처리할 방침이나 여야가 정국타개를 위한 특단의 해법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김영근.정태웅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