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일본씨름)는 스포츠의 하나지만 정신적인 면도 뛰어나 철학적이기까지 합니다"(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유도와 합기도 같은 운동뿐 아니라 일본에는 도가 붙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다도 서도등은 일본문화의 혼을 잘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모리 요시로 일본총리)

일본언론들은 오키나와 G8정상회담에 참석한 각국 수뇌들이 22일 장장 80분이나 걸린 오찬석상에서 나눈 대화의 메뉴가 문화와 스포츠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또 활발히 논의될 것으로 예정됐던 G8회담의 미래및 참가국의 새로운 역할등과 같은 의제는 의장인 모리총리가 꺼내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아시아국가중 유일한 G8멤버인 일본이 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쏟은 정성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요인 경호와 안전을 이유로 오키나와주민들은 장사와 어로작업에 일찍부터 제한을 받아왔다.

테러대비를 위해 오키나와 해상에는 감시선이 떴다.

회담은 오키나와에서 열리는데 도쿄도심에서도 경찰은 삼엄한 경비망을 펼쳤다.

금전면에서도 8백억엔(약7억달러)의 거액을 퍼부었다.

구미 언론들은 약 7억엔이 들었던 작년 독일의 쾰른회담과 비교할때 오키나와 회담비용은 엄청난 규모라며 회담이 각국 정상의 "호화판 연회여행"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러나 손님맞이에 이처럼 많은 돈과 정성을 들였음에도 불구,일본은 회담에서 의장국으로서의 의연한 자세를 보여주었다고 보기 힘들다.

회원국들의 이해조정에도 제 목소리를 내거나 수완을 발휘하지 못했다.

모리총리는 오찬을 끝내고 열린 회의에서 유전자조작식품의 안전성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이 맞설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일본언론은 22일 석간에서 클린턴 미대통령이 오키나와 주둔 미군들의 성추행등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죄송하고 가슴아프다"며 사과했다는 것을 1면 머릿기사로 취급했다.

경제의 불확실성과 회복가능성을 동시에 간직하면서 G8회원국들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 일본.

회담장소를 제공한 일본의 모리내각은 미국의 사과와 문화자랑에 처음부터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었을는지도 모른다.

<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