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시내 한복판에 선인완궈(申銀萬國)증권.

객장의 열기는 뜨겁다못해 폭발할 지경이다.

커다란 시세판 앞의 1백여 좌석엔 빈 틈이 없다.

서있는 사람이 앉아있는 사람보다 2배나 많다.

줄잡아 3백여명.

단말기 자판을 두드리는 사람과 객장을 부지런히 드나드는 사람까지 합하면 4백여명이 객장에 진을 치고 있다.

증권사 앞에는 "적중투자" 등 증권관련 "마바라 책자"를 파는 노점상들도 10여명 있다.

객장을 찾은 사람의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후줄근한 잠옷차림으로 객장에 들어서는 사람, 도시락을 까먹는 노인, 젖먹이를 업은 아낙네.

4-5명씩 무리를 지어 장세토론을 벌이는 그룹만 없다면 증권사 객장이 아니라 서커스장에 들어섰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상하이에 주식열풍이 불고 있다.

열풍이 아니라 광풍이다.

상하이시내에 있는 증권사 객장들은 투자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상하이 성인남녀의 절반가량이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장웨이.張偉 선인완궈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말이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

상하이에 증시가 생긴 것은 1990년 12월.

바로 푸둥개발을 시작한 시기다.

선전증권거래소(1991년 7월 개장)보다 1년여 앞섰다.

상하이를 아시아 금융센터로 육성하기 위해선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증시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후 상하이증시는 말그대로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된다.

상하이증시에 상장된 종목은 지난 91년만해도 8개에 불과했다.

작년말엔 9백47개(선전거래소 상장 4백63개 포함)로 늘어나더니 지난달말엔 1천67개로 불어났다.

한국의 증권거래소 상장종목수(9백19)보다 훨씬 많다.

이 상장업체들읜 시가총액은 4조2백34억위안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4%에 달한다.

지난 7월14일 현재 상하이증시와 선전증시에 개설된 계좌수는 각각 2천5백79만1천7백개와 2천4백87만80개를 기록, 5천만개를 넘어섰다.

올들어서만 5백60만계좌가 새로 만들어졌다.

주식투자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얘기다.

다이취안바오(戴全寶.57)씨도 그중 한사람.

다이씨는 지난 94년 정년 퇴직했다.

그후 지금까지 주식투자를 업으로 삼고 있다.

투자총액은 5만위안(6백50만원).

1만위안(1백30만원) 정도를 벌었다니 수익률이 20%쯤 된다.

다이씨는 "현재 10만위안을 투자하는 사람이 흔하다"며 "친구중 절반이상이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고 털어 놓는다.

특히 최근엔 실업자와 이른바 3D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주식에 손을 내고 있다고 한다.

물론 상하이증시는 아직 절름발이다.

외국인의 주식투자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서다.

상하이증시는 A시장과 B시장으로 나눠져 있다.

A시장은 중국인만 투자하는 시장이다.

외국인은 B시장에만 투자할수 있다.

외국증권사의 주식매매 중개업무도 제한돼 있다.

외국인에게는 금단의 벽을 쌓은채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중국정부도 이런 점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을 계기로 빗장을 하나하나 푼다는 계획이다.

우선 상하이증시와 선전증시를 올해말 상하이증시로 통합할 예정이다.

첨단기술주시장(일명 차스닥)도 개설하고 극히 부분적으로 이뤄지는 사이버거래도 전면 허용할 예정이다.

작년 12월 상하이증권거래소는 베이징에서 "주식 행운(Stock Luck)"이란 연극을 공연했다.

주식에 투자하면 행운을 얻을수 있다는게 골자.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직접 공연을 관람했다.

상하이증시를 육성하려는 중국정부의 강한 의지를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상하이 주가지수는 앞으로 10년안에 10,000(현재 2,000 수준)까지 상승할 것이며 2010년이 되면 "왜 2000년에 주식을 사지 않았던가" 하고 후회할 것이다"(황퀴판 상하이 경제위원회 주임)는 공언이 허언으로만 들리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 특별취재팀 =정동헌(영상정보부) 한우덕(베이징특파원) 하영춘(중권1부) 차병석(벤처중기부) 박민하(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