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30대그룹 주식소유 현황은 지난 한해동안 국내 대기업 집단의 출자,증자등 재무관리의 총체적인 흐름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적지않은 관심을 끌고 있다.

출자총액이 45조9천억원에 달해 전년동기 대비 53.5%(16조원)나 늘어난 반면 내부지분율은 98년보다 7.1%포인트나 줄어드는등 불과 1년 동안의 변화라고 하기에는 엄청난 재무적 변동이 일어났음이 우선 눈길을 끈다.

이번 통계결과를 놓고 재벌그룹의 선단식 경영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한편에선 내부지분율이 급감하는 등 소유구조 개선 노력이 엿보였다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같은 수치를 두고 견해가 엇갈리는 것은 재벌기업 재무관리의 복잡성과 기업구조개혁의 기본 방향에 대한 우리 사회 내부의 시각차이가 결코 적지않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출자액이 늘어난 문제만 하더라도 이를 문어발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인지 부채비율 감축과 신규사업 투자라는 최소한의 경영 활동의 결과였다고 평가해야 할 것인지부터가 사실 분명치 않다.

실제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유상증자로 8조2천억원이 불어났고 정보통신분야에 9조6천억원이 투자돼 전체적으로는 필수 불가결한 기업 활동이었음을 부인키 어렵다.

내부지분율이 낮아진 것 역시 자본시장 이용도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변화로 해석된다.

문제는 내년 4월 출자총액 제한제도가 부활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부작용이라 할 것이다.

순자산의 25%까지만 출자가 허용되는 만큼 30대 그룹에서 모두 19조원을 넘어서는 초과 출자분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고 보면 이는 개별 기업의 차원을 넘어 증권시장이나 금융시장 전반에도 상당한 변화와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19조원의 초과 지분을 정리할 방법도 마땅찮거니와 이를 시장에 풀어놓을 경우 금융시장이 예기치 않은 소용돌이에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본다.

기업들의 투자 선택 역시 왜곡될 것이 뻔하다.

문제는 재벌기업의 얽히고 설킨 출자관계를 어떻게 정리하고 또 그 정리과정이 시장논리에 걸맞도록 추진해가느냐 점일 것이다.

기왕에 출자총액 한도까지 설정해가면서 재벌기업의 복잡한 소유구조를 개혁하고자 한다면 차제에 지주회사라는 대안을 열어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는 또 소유자 경영의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도 될 것이다.

당국은 개혁의 목표만 던져놓을 것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대안도 더불어 강구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