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은 왕짜증의 진원지"

가족들과 함께 놀면서 평소 쌓인 스트레스를 풀수 있는 곳이어야할 놀이공원이 오히려 짜증을 유발하는 진원지가 되고 있다.

휴일만 되면 수도권의 대형 놀이공원은 "콩나물 시루"로 변신한다.

공원측이 돈벌이에만 급급, 많은 손님을 입장시키면서 휴식을 즐길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안전사고를 예방키 위한 대책도, 사후 조치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모처럼만에 나들이 나온 가족중 상당수는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가 불쾌감을 접지 못한채 귀가하기 일쑤다.

회사원 김씨(40)는 최근 두 아들의 성화로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 놀이공원에 다녀왔다.

갈때 들떴던 마음이 돌아올때는 분노로 뒤바뀌었다.

김씨는 입장료 매표창구부터 기가 질렸다.

입장료가 일반 3만5천원, 소인 2만5천원으로 4인 가족 모두 12만원이 들었다.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정문을 통과하는데 30분 이상이 걸렸다.

입장객을 1만3천명으로 제한한다는 공원측의 주장은 공허할 뿐이었다.

짜증은 탈의실에서도 이어졌다.

지하 2층 탈의실까지 가는데 무려 30분이 걸렸다.

계단은 사람으로 뒤엉켜 북새통이었다.

탈의실 라커를 이용하려면 5백원짜리 동전 2개가 필요했다.

그렇지만 동전교환기는 각 층마다 단 2개만 있었다.

여기서도 "인내"가 필요했다.

파도 풀을 타기위해 구명조끼를 빌리는데도 "줄서기"는 기본이었다.

달랑 5명의 종업원이 고객을 상대하고 있었다.

점심을 사먹을때 조차 "뚝심"을 발휘해야 했다.

줄을 선채 1시간 30분을 기다린뒤에야 주문할수 있었다.

입장할때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는 만큼 사 먹지 않으려면 "굶는 길" 밖엔 없었다.

특히 6층의 패스트푸드점은 종업원이 단 한명이 근무중이었다.

더구나 음식을 산뒤 먹을 장소도 마땅히 없었다.

업주측의 안전불감증도 심각했다.

김씨는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한 사람을 몇명 목격했다.

이들은 의무실을 찾아갔지만 제대로된 응급처치는 받지 못했다.

고작해야 반창고나 붙여주는 서비스만 받은채 인근 병원에 찾아가야했다.

공원에서 "탈출"하기 위한 마지막 절차인 샤워장도 만원이었다.

수만명이 드나드는 놀이시설에 남자 샤워부스는 고작 10여개.

여기서도 손님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겨우 놀이공원을 빠져 나온 뒤에도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들이 갔다오는 차량들로 고속도로는 "움직이는 주차장"이었다.

김씨는 결코 지옥이 먼데 있지 않음을 실감했다.

자영업자 전씨(39)도 최근 가족과 놀이공원을 찾아갔다.

교통체증이 두려워 교외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집에서 가까운 잠실의 실내 놀이공원을 이용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시원한 실내가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도 좋아했다.

그러나 흐뭇한 기분은 잠시.

미처 타지도 않았는데 모노레일이 출발했다.

쇠문에 왼쪽 무릎을 강하게 부딪쳤다.

응급실에서는 물파스를 발라주며 별 것 아니라고 안심시키기에 급급했다.

공원에서 나온뒤 워낙 통증이 심해 병원에 들렀다.

3주간 치료를 요하는 "요부염좌"로 진단이 나왔다.

놀이공원측에 항의했다.

치료비만 물어주겠다는 말 뿐 이었다.

분통을 참지 못한 전씨는 소비자보호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옥신각신한 끝에 치료비와 손해배상금까지 받아냈다.

이날 일을 계기로 김씨와 전씨는 당분간 놀이공원 이용을 삼가기로 마음먹었다.

< 강창동 기자 cdka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