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파업이란 초유의 사태를 하루 앞둔 10일 일선 은행지점의 창구는 의외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11일 행원들이 실제로 파업에 들어갈 경우 혼잡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고객과 지점 간부들에게는 불안한 표정이 역력했다.

일부 고객들은 11일 쓸 현금까지 찾아가는 경우도 있었고 은행측은 평소보다 많은 현금을 준비하는 등 긴장된 분위기 였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조흥은행 서울 남대문지점에는 10여 명의 고객들이 창구에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은행 창구에서 일하는 박정호씨는 "전기요금과 개인사업자 갑근세 납부가 오늘까지인 데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근처의 기업은행과 국민은행 남대문지점에도 사정은 마찬가지.

다만 찾는 금액이 조금 많아졌고 11일에 진짜로 은행문을 닫는 것이냐고 묻는 고객이 늘어났을 뿐이라고 전했다.

남대문시장 상인이라는 50대 남자는 "파업을 하면 아예 은행문을 닫는 것으로 알았다"며 "은행 문을 열더라도 손님이 많을 경우 돈을 찾기 어려울 것 같아 11일 쓸 돈까지 인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큰 소란이야 없겠지만 경제의 혈맥이라고 할 수 있는 "돈줄"을 은행원들이 막아서야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점심시간이 지나 은행 창구가 가장 붐빈다는 오후 2시를 넘어서자 약간 붐비는 모습이었다.

조흥은행 명동지점 창구에서 뽑아든 대기표에는 5백57번이란 숫자와 함께 단말기엔 대기인 수 "19"라는 숫자가 찍혀 평소보다 약간 늘어난 정도였다.

백화점에 나왔다가 은행에 들렀다는 김명희(41.여)씨는 "은행원들이 파업을 해도 현금자동인출기가 정상적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며 "경제가 혼란해 지지는 않더라도 더이상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두 명의 어린이를 데리고 나온 한 주부는 "파업을 하는 은행원들을 이해하느냐"는 질문에 "은행원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정부와 금융노조가 여러번 만나 논의를 하면서도 시민들의 입장을 헤아리는 성숙함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아쉽다"고 평가했다.

무역업을 하는 김모(48)씨는 "실제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돈을 더 찾아 두는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은행 지점의 간부들은 시민들보다는 긴장된 모습이었다.

한빛은행 명동지점의 경우 9명의 창구직원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파업에 들어가는 11일부터는 비계약직 2명과 차장,지점장 등 4명으로 지점을 꾸려나가야 한다.

고객들에게 어느 정도의 불편을 끼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다만 고객들이 불편이 심하지 않도록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 두었고 현금입출금기에도 평소보다 많은 현금을 넣어 두었다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