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이야기같지만 생활과 정치가 분리되면 귀족주의로 흐를 위험이 있어 평범한 시민의 생활을 직접 체험하고 싶어 택기기사의 길을 택했습니다"

지난 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4천억원을 터뜨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박계동(48) 전의원이 최근 택시기사로 변신,정치인으로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14대 국회에서 개혁성향의 젊은 정치인으로 주목 받았던 그는 96년 15대 4.11총선 때 서울 강서갑에서 고배를 마신 뒤 지난해 대법원에서 선거법 위반혐의로 벌금 6백만원을 선고받아 지난 16대 총선 출마자격을 박탈당했었다.

95년 뉴스의 중심에 섰다가 96년 총선에서 낙마하는 인생유전을 겪었던 박 전의원은 화곡동 아파트를 판 돈으로 생계를 꾸리며 숱한 고뇌 끝에 "생활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택시운전을 결심했던 것.

그는 이를 위해 3일간 필기시험과 소양교육,신체검사를 받은 뒤 지난달 27일 택시운전자격을 획득,다음날 바로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택시회사 금구상운에 취직했다.

매일 오전3시부터 오후3시까지 하루 12시간씩 근무하는 박 의원은 합승을 하지 않아 1일 사납금 7만7천원을 채우기 어려울 때도 많지만 하루 최고 9만1천원의 수입을 올리는 등 초보자 치고는 운이 따르고 있다.

택시회사 내에서 "의원님"으로 통하는 그는 "교통문제에 관해 책을 쓰고 있는데 택시기사 업무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앞으로 최소한 3개월은 더 택시기사로 일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가 곧 생활인데 택시운전을 하며 만나는 손님들과 대화를 통해 시민들의 진솔한 마음을 체험하고 있다"며 "깨끗한 정치가 일반인들에게 신뢰를 받는 날이 빨리 오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박 전의원은 자신의 택시기사 생활이 자칫 오만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한 듯 "노동이라는게 자발적일 때는 기쁨이지만 생업일 때는 고통이라는 점을 몸소 느끼고 있다"며 "괜히 택시기사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택시업무로 피곤한 중에도 매일 국회도서관에 들러 국내 정치시스템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다는 그는 "매년 1백56조의 세금이 탈루되고 있고 수입.지출 표준화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매년 2천6백억원이 새나가고 있다"며 정쟁을 일삼는 최근의 정치실태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