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이정숙이 병원 응급실에 실려간 다음날 아침,진성구와 진미숙은 극장 안으로 들어섰다.

한 직원이 그들을 보자 황급히 다가왔다.

"서대문 경찰서에서 나온 두 형사가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직원의 말에 진성구는 의아해하며 진미숙과 사무실로 갔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자 두 사람의 형사가 일어났다.

"진성구씨지요. 서대문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한 형사가 진성구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무슨 일이지요?"

"이정숙씨에 관해서 몇마디 물어볼 일이 있어서요"

"무슨 일인데요? 저만 있으면 되지요?"

"진미숙씨도 같이 있었으면 합니다. 진미숙씨 맞지요?"

형사가 진미숙에게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네 사람이 소파에 마주보고 앉았다.

"무슨 일이 생겼나요?"

진미숙이 다급하게 물었다.

"이정숙씨가 어제 저녁부터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자동차에 치인 것으로 보이며,가해자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중탠가요? 회복될 수 있나요?"

진미숙이 상체를 세우며 다급히 물었다.

"의료진의 말에 의하면 시간 문제이지 의식이 회복될 가능성이 많다고 합니다.

신체적으로는 골절상을 입은 것 이외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다고 합니다"

"왜 어젯밤에 나에게 연락하지 않으셨나요?"

진성구가 물었다.

"병원에 옮겨졌을 때 이정숙씨는 신원을 확인할 만한 소지품을 갖고 있지 않았어요.

이정숙씨 부친께서 오늘 새벽 실종신고를 해와 오늘 아침에서야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남편인 진성호씨는 외국출장중이라 부친인 이인환 교수에게 연락하고 이곳으로 일단 찾아왔습니다"

"어느 병원에 있나요?"

진미숙이 상체를 일으키며 물었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 중환자실에 있습니다.

면회는 되지 않습니다"

진미숙이 그 병원에 의사로 있는 친구에게 전화라도 걸어보겠다며 형사들의 양해도 구하지 않고 사무실을 나갔다.

그들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다른 형사가 침묵을 깼다.

"사건 발생경위를 추측해보면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어느 장소에서 이정숙씨가 자동차에 치였습니다.

아마 사고 자동차의 기사가 의식이 없는 이정숙씨를 차에 태워 벽제에 있는 시골 교회에 갖다놓았으리라 추측됩니다.

그자가 119로 연락을 해 이정숙씨의 소재를 알려주었지요"

"119로 연락한 가해자의 음성이 녹음되어 있어 분석중입니다.

가해자의 신원에 대한 증거는 녹음된 음성 이외에는 아직 아무런 단서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형사가 추가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의료진의 진단 결과 사고 발생시간이 가해자로 보이는 자가 119로 전화한 시간보다 2시간 전이라는 겁니다.

결국 차로 2시간 가량 이정숙씨를 싣고 끌고 다녔다는 거지요.

가해자가 당황한 끝에 결정하는 데 그만큼 시간을 소비했다고 예상할 수도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