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벤처업계에 자금줄이 말라붙으면서 기업인수합병(M&A)이 위기탈출을 위한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웬만해선 투자자금을 끌어 들이기 힘든 환경과 경영권에 상대적으로 집착하지 않는 벤처문화가 M&A 시장을 달아 오르게 만들고 있다.

벤처캐피털이나 엔젤투자자들도 이젠 멀고도 험한 코스닥 등록만을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M&A를 통해 중간에라도 투자자금을 불려 회수하길 원한다.

이런 저런 여건이 맞물려 지금 벤처밸리에선 M&A를 위한 벤처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조만간 벤처업계 전체가 M&A 소용돌이에 휘말릴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벤처기업 M&A는 인수하는 쪽이나 파는 쪽은 물론 투자자들에게도 모두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게임이라고 지적한다.

벤처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M&A가 긴요하다는 것.

이를 위해 정부도 벤처기업들이 더욱 활발히 M&A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M&A 바람 왜 부나 =사실 벤처기업 입장에서 M&A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우선 최근들어 투자자금 유치가 어려워졌다.

지난 1/4분기까지만 해도 신문에 광고 한번 내고 인터넷 공모를 하면 10억원 정도는 힘 안들이고 조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코스닥 폭락이후 인터넷 공모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벤처캐피털들도 투자를 크게 줄였다.

KTB네트워크 한국기술투자 산은캐피탈 등 주요 벤처캐피털들은 지난달 벤처투자를 전달에 비해 절반이하로 줄였다.

엔젤투자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자금 밑천이 떨어진 벤처기업들은 마지막 카드로 M&A를 고려하고 있다.

KTB네트워크의 김한섭 상무는 "투자를 해줄 수 없다면 M&A라도 연결시켜 달라는 벤처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코스닥 등록이 까다로워진 것도 M&A를 부채질 하고 있다.

정부는 코스닥 시장안정을 위해 신규 등록을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때문에 올 하반기 코스닥 등록을 목표로 삼았던 벤처기업들은 아예 M&A를 통해 코스닥에 우회 진입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게다가 경영권에 연연하지 않는 벤처문화도 M&A 활성화에 기름 역할을 하고 있다.

<> 다양한 M&A 유형 =벤처기업들의 M&A는 크게 세갈래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 코스닥에 등록된 벤처기업들이 기술이나 비즈니스모델은 좋지만 당장 자금난에 허덕이는 새내기 벤처를 인수하는 경우.

이미 투자유치와 유상증자를 끝내 실탄을 확보한 코스닥 등록기업들은 벤처자금 시장이 가라앉은 지금을 M&A의 적기로 보고 있다.

최근 코스닥 기업인 웰링크가 벤처기업 보성하이넷을 인수한 것이나 인터넷 지주회사를 표방한 파워텍이 초기 벤처기업들의 인수사냥에 나서고 있는게 대표적인 예다.

두번째는 코스닥 미등록 기업이 부실한 코스닥 등록기업을 사들이는 케이스.

첫번째 모델의 역방향 M&A다.

이미 벤처캐피털 자금을 유치해 돈 걱정이 없는 벤처기업이 주식 값이 바닥에 떨어진 등록기업을 싸게 인수하는 것.

벤처기업이 단번에 코스닥에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최근 코스닥 시장 침체로 가능성이 부쩍 높아진 M&A 유형이다.

마지막으로 굴뚝기업들이 IT(정보기술) 벤처기업을 인수해 탈바꿈하는 것.

상당수 제조기업들이 사업모델 변신을 위해 적극 추진중이다.

최근 레미콘 회사인 한일흥업이 동영상 압축기술을 가진 한국미디어산업기술이란 벤처기업을 인수한 것이 이런 경우다.

이밖에도 온라인 업체와 오프라인 회사간의 결합 추세도 벤처M&A의 한 가닥으로 나눌 수 있다.

<> 제도개선 돼야 =전문가들은 벤처기업들의 M&A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이다.

홍성범 한국기술거래소 사장은 "M&A 시장은 벤처투자 자금의 중간회수 시장 역할을 함으로써 벤처투자를 더욱 촉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은 제도적 여건이 미흡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장흥순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M&A 촉진을 위해선 무엇보다 신주발행을 통한 주식스와핑이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회장은 "현재 벤처기업들이 M&A나 전략적 제휴를 할때 주식을 전액 현금으로 인수해야 하는 건 큰 부담"이라며 "M&A 당사자들끼리 각각 신주를 발행해 서로 교환하는 방식이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M&A에 대한 정부나 일부 투자자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