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으려면 최대한 거품을 빼라"

코스닥시장 장기침체의 여파가 벤처업계로 밀어닥치면서 벤처기업들이 앞다퉈 군살빼기에 나서고 있다.

예전처럼 투자자금을 쉽게 구할 수 없게 된 이들 벤처기업은 필수적인 회사운영비용을 제외하고 나머지 경비에 대한 지출을 급격하게 줄이고 있다.

특히 사업확장을 위한 자금을 마련할 길이 어려워진 중견벤처기업들은 광고 이벤트 등을 위한 마케팅비용을 큰폭으로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코스닥시장과 벤처투자가 위축되면서 벤처기업들이 거품빼기를 통한 "살길찾기"에 나서고 있는 것. 벤처기업들의 거품제거 노력은 광고와 이벤트 비용을 줄이는 데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인건비나 기본적인 회사운영비보다는 광고비용 등이 가장 절약하기 쉬운 항목이기 때문이다.

홍보 및 광고대행사인 링크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여유자금을 구하지 못한 벤처기업들은 우선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광고나 이벤트 계획부터 취소하고 있다"며 "이에따라 기존 고객인 벤처기업들이 광고 및 이벤트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신규 고객 벤처기업들의 광고 및 이벤트 관련 문의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신 광고나 이벤트에 비해 큰 돈이 필요치 않은 홍보쪽 수요가 벤처기업들 사이에서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벤처기업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회사 이미지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홍보쪽에 관심을 두면서 홍보대행사들에는 벤처기업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벤처기업 전문 홍보대행사인 벤처PR 이백수 사장은 "지난달까지만해도 하루 평균 2~3건 정도였던 홍보 관련 문의전화가 최근엔 5~6건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벤처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에 어려움을 느끼기는 중견벤처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들 가운데 닷컴기업으로 불리는 인터넷업체들은 광고 이벤트 등에 사용하는 마케팅비용을 크게 줄이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관계자는 "3개월 단위로 계획을 세워 지출하는 마케팅비용을 이달까지만 계획대로 집행하고 올 하반기에는 코스닥 상황 등을 고려해 마케팅비용 지출규모를 새로 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경매업체 옥션측도 "올들어 현재까지 약 20억원을 마케팅비용으로 썼다"며 "올 하반기에는 특별한 마케팅비용 지출계획을 세우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벤처기업들의 거품빼기는 사무실 임대료와 관련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테헤란밸리의 경우 코스닥시장이 침체에 빠지고 "벤처 거품론"이 제기되면서 임대료가 많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높은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자금난과 함께 높은 임대료 부담으로 2중고를 겪고 있는 벤처기업들은 견디다 못해 "테헤란밸리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테헤란밸리에서 서울 외곽지역으로 회사를 옮긴 한 벤처기업인은 "고액의 보증금은 물론 매월 내야하는 임대료가 초기 벤처기업에겐 큰 부담이 된다"며 "값싼 사무실을 찾아 테헤란밸리를 벗어나는 것도 거품빼기를 통한 벤처기업의 활로찾기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코스닥과 벤처투자 시장 위축에서 비롯된 벤처기업들의 거품빼기 노력이 올바른 방향으로 이어져 벤처기업들의 기초체력을 튼튼히하는 계기가 돼야한다"고 지적했다.

<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