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공단이 벤처 메카로의 변신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구로공단에는 기존의 전자부품 조립이나 섬유업체뿐 아니라 첨단직종으로 분류되는 업체도 어렵지않게 볼 수 있다.

"<><>섬유""<><>어패럴"이라는 간판들사이에 "<><>정보통신""<><>시스템"등의 상호가 자주 눈에 띈다.

지금 구로공단은 "21세기형 산업단지"로 빠른 속도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 이런 구로공단의 변신은 정부와 기업 양측으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아가며 추진되고 있다.

현재 입주해 있는 벤처기업은 약 1백개에 이르며 연말께는 2백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종합 벤처센터 들어선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구로공단을 벤처산업 중심의 테크노파크로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구로단지의 중심지역인 1단지중 8만평을 벤처단지로 설정했다.

민간기업이 기존 공장을 활용하거나 매입해 자율적으로 벤처단지 조성에 참여시킨다는 게 공단측 계획.공단측은 시범 벤처타운을 조성하기 위해 자금 기술 마케팅 인력 시제품개발 등 지원기관을 종합적으로 유치해 벤처기업이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공단측이 소유하고 있는 부지에 지하3층 지상15층 짜리 "벤처빌딩"을 세워 연구개발에 필요한 사무실 정보기반 시설 등 각종 인프라를 지원할 예정이다.

10월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이건물엔 여러 벤처기업과 금융 컨설팅 지원기관 등이 입주할 계획이다.

전자.정보통신기기 정밀기기 소프트웨어 등을 생산하는 40여개의 벤처기업들과 창업보육기업 21개사가 입주하게 된다.

이들 업체들은 경영 기술 자금 등의 지원을 받게 된다.

산단공은 벤처기업협회 기술신용보증기금 한국산업기술평가원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 서울대 KAIST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입주한 벤처기업들에게 각종 지원을 해줄 계획이다.

<> 입주업체의 벤처화도 활발 =공단 입주업체의 변신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벤처"와 "첨단"이라는 수식어를 단 젊은 기업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것.입주업체 4곳중 1곳이 전기전자.기계 등 첨단업종이다.

80년대말까지 구로공단을 대표하던 섬유는 이제 13%에도 못미친다.

이를 반영하듯 동일테크노타운 에이스테크노타운 대륭아파트형공장 등 첨단산업형으로 지어진 아파트형공장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외에도 코오롱건설 미라보 등의 아파트형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기존 테크노빌딩에는 첨단 통신부품과 단말기 네트워크장비 등을 제조하는 벤처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아파트형공장에는 부지매입비와 건축비의 70%를 지방중소기업육성자금에서 지원해준다.

취득세.등록세는 면제시켜주고 재산세.종합토지세는 50% 줄여준다.

일산일렉콤(대표 홍성용)은 구로공단 안에 있는 대표적 벤처기업.이 회사는 통신용장비 컴퓨터 모니터 위성방송수신기 등 전력의 변화에 민감한 전자제품에 안정된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인 SMPS(전원공급장치) 등을 생산한다.

PC용 SMPS부문에서는 국내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홍성용 사장은 "구로공단에서는 부품 구입이 쉽고 물류비가 적게 들어 제조업 기반의 벤처기업들에겐 적합한 곳"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업종의 기업들이 많아 정보공유가 쉬운 것도 구로공단의 특징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이레전자산업(대표 정문식) 역시 벤처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핸드폰 충전기를 독자개발해 현대전자 전체 물량의 50%를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서 크기가 가장 작은 9백MHz 무선전화기는 올해에만 미국 IBM에 5백만달러 어치를 수출한다.

이레전자산업은 현재 특허출원 7건,실용신안등록 1건의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다.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이 회사는 지난 98년 벤처기업으로 지정됐다.

지난 98년 벤처기업으로 지정된 삼지전자(대표 이기남)는 이동통신용 중계기,무선검침 시스템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 99년 말에는 코스닥에 등록됐다.

지난해 3백7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 회사는 올 하반기부터는 수출에 주력할 계획이다.

<>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하지만 구로공단이 진정한 벤처밸리로 거듭나기 위해선 해결해야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우수 기술인력을 꾸준히 공급할 주변대학과의 연계가 아쉽다.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대학이 인근에 있지만 아직 모범적인 산.학 협력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존 기업들중 벤처 변신화에 상대적으로 느린 기업들도 많다.

벤처로 변신하고자 해도 어떻게 어디서부터 해야될지 모르는 경우도 부지기수.벤처기업간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각개 약진으로 나가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기업설명회를 열거나 외국바이어를 만날 만한 컨벤션센터 등이 없는 것도 단점이다.

무엇보다 기존의 "굴뚝공장""노동집약산업 중심지"라는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 급선무다.

"구로"라는 단어가 지닌 고정된 이미지를 극복하려는 업체의 자발적인 노력이 첨단밸리로 변신하는 열쇠라는 지적이 많다.

김낙훈.길덕.김동욱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