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처방하는 의약품 리스트가 늦게 전달된 데다 수많은 약품을 모두 확보하고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형병원 주변에는 약국도 없다.
병원들은 처방전발행 전산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바뀐 처방료를 기준으로 시스템을 전환해야 하는 데 시간이 모자란다.
여기에다 보건복지부가 병.의원들의 눈치를 보느라 수시로 시책을 바꾸는 통에 차분하게 준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이런 인프라 부족으로 의약분업 초기에는 상당한 혼선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형병원 주변 약국 부족=병원에서 처방을 받아도 환자들이 약을 받을 약국을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서울중앙병원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등 대형병원 주변엔 약국이 부족해 환자들의 큰 불편이 예상된다.
서울중앙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의 인근엔 약국이 3개씩 있을 뿐이다.
그나마 멀리 떨어져 있어 환자들이 오가기가 쉽지 않다.
강북삼성병원도 최근 정문앞에 대형약국이 문을 열었지만 1개로는 외래환자의 처방전을 모두 처리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도시나 지방의 대학병원 주변에도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는 환자들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약국이 확보돼 있는 곳은 거의 없다.
결국 집 주변의 약국을 찾아야 하지만 이들은 대형병원에서 처방하는 약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상당한 혼선이 우려된다.
<>약국들의 약품 준비 부족=소형 약국들이 약품을 모두 갖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희귀약품을 처방받았을 경우 지역별 배송센터를 통해 약품을 제공받게 돼 있는데 20-30분간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병원에서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약국에서 기다리는 꼴이 된 셈이다.
지역의 병원과 약국 간의 협조미비도 문제다.
민병림 강남구약사회 부회장은 "병원의 처방약 리스트를 늦게 받아 지난 13일에야 약품을 발주했다"며 "서울 강남구 약국의 대부분이 아직도 의약분업에 대비한 처방약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들어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약국에 약을 공급하는 도매상에 담보와 현금결제를 요구해 처방약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 S도매상 영업책임자는 "제약사들의 요구조건이 까다로와 져 약품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식약청은 제약 및 약사단체에 오는 24일까지 약국에 처방약을 모두 공급하도록 했으나 기한내에 약품이 갖추어질 지는 의문이다.
<>병.의원의 준비 미흡=병.의원은 의약분업에 대비해 처방전 발행시스템과 바뀐 의보수가를 적용하는 진료비프로그램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20일로 예정된 폐업투쟁이 병.의원의 준비를 가로막고 있다.
강남의 S성형외과 정모 원장은 "의료보험수가 체계가 바뀌어 전산프로그램 공급업체가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데 1개월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며 "의약분업 시행에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주사제 혼선=보건복지부는 18일 "의사들이 치료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주사제는 의약분업 예외"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사제가 무조건 의약분업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약국들이 혼선을 겪고 있다.
어느 주사제가 대상이 되는 지를 알수 없다는 것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약국들이 의약품을 주문했다가 주사제 때문에 다시 주문내용을 변경하고 있다"며 "초기에는 대부분의 약국이 주사제는 갖추지 않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