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PC가 발달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종이는 쓸모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자 PC나 프린터사업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같은 세간의 관측에 찬물을 끼얹고 당당하게 인터넷시대를 헤쳐 나가는 프린터 제조회사가 있다.

렉스마크.

이 회사의 전신은 IBM 타자기 사업부다.

91년 분사해 독립법인이 됐다.

IBM 소속 당시 PC 보급률 증가와 함께 타자기사업이 사향화되면서 "토사구팽" 신세가 됐다.

그러나 이후 프린터메이커로 변신, 분사해 몇년만에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렉스마크는 경영자사업분할(MBO) 방식의 유명한 성공사례다.

MBO는 경영자들이 특정 사업부문을 떼어내 전혀 새로운 기업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렉스마크의 경우 타자기에 들어가는 프린트헤드가 프린터와 팩시밀리에도 동일하게 사용된다는 점에 착안해 혁신(Innovation)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은 35억달러(3조9천억원).

18개분기 연속 성장의 결과다.

주요생산품인 레이저프린터 잉크젯프린터 등은 세계 1백60개국에서 팔린다.

세계적으로 50개 대리점을 두고 직원도 1만1천명이 넘어섰다.

렉스마크가 인터넷물결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자신감 때문이다.

타자기회사로서 PC시대가 몰고온 위기를 넘기면서 노하우도 쌓였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지난 12일자에서 폴 컬렌더 렉스마크 최고경영자(CEO)가 사회 변화에 적응하고 미래전략을 세우는데 일가견이 있다고 보도했다.

렉스마크가 IBM으로부터 분사하던 91년 당시 컴퓨터는 걸음마단계에 불과했다.

극소수 전문가들만이 인터넷을 알았다.

그러나 렉스마크는 컬러프린터사업이 급속히 성장한다고 예상, 컬러프린팅 기술에 집중 투자했다.

이 회사의 잉크젯 컬러프린터는 현재 업계 선두다.

렉스마크는 소비자에 대한 광고비를 대폭 줄이는 대신 PC메이커들을 공략하면서 엡손, 휴렛팩커드 등 대기업과 경쟁했다.

PC와 함께 판매하는 일종의 "끼워팔기"를 이용한 것.

프린터 시장이 어느정도 성장한 후에는 리필잉크를 개발했다.

현재 렉스마크 수익의 절반은 리필시장에서 나온다.

컬렌더 최고경영자는 "컬러프린터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1백 페이지짜리 책 한권에 컬러지면은 한장을 넘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변신에 뛰어난 렉스마크가 이제 인터넷시대를 맞았다.

컬렌더는 "컬러프린터사업에서 인터넷은 오히려 기회"라고 확신하고 있다.

디지털TV나 인터넷 접속 이동통신기기가 PC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프린터 사용이 줄어든다는 견해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인터넷 발달로 더 풍부한 정보를 접하게 되면 프린팅할 자료가 늘어날 뿐이라는 것이다.

컬렌더는 "관건은 디지털TV와 인터넷폰을 통해 받은 자료들을 어디서나 빠르게 프린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인터넷과 함께 컬러프린터도 새로운 전기를 맞아 발전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렉스마크의 차세대 사업방향은 "선명한 화질, 낮은 비용, 최소크기의 3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개인용 프린터 기기"로 결정됐다.

컬렌더 사장은 시장이 흐르는 방향을 정확히 예측할 수만 있으면 시대의 변화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세상이 어떻게 바뀌든 사업에는 공통된 룰이 있다고 생각하고있다.

요지는 "사업의 기본은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알맞은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다.

그는 "IBM을 떠나면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결국 깨달은 것은 회사의 크기와 이름값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