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언론은 독도와 동해 표기법과 관련한 한.일간의 논쟁을 자주 보도하면서 독도를 다케시마로,동해를 일본해로 지칭해왔다.

그런데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가 지난 14일 이곳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동해"라는 표현을 썼다.

르몽드는 이날 남북정상회담 소식과 함께 한국지도를 실으면서 "한국의 동해만(Golfe de Coree orientale) "이라고 표기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르몽드는 동해를 "일본해 (Mer du Japon) "로 표기했다.

당시 르몽드는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상황 분석 기사를 게재하며 동해를 일본해로 지칭했다.

당시 리용 3대학의 이진명 교수는 르몽드측에 반박문을 보내 한달전 한국 대통령이 프랑스를 국빈방문한 점을 상기시키고 이 문제는 한국인에게 아주 예민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올 여름 세계지리학회가 서울에서 개최됨을 알리고 동해-일본해로 병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르몽드측으로부터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그후 지난 11일 르몽드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국제면 2면을 할애해 한국특집 기사를 실었다.

그리고 특집기사에 들어있는 지도에는 동해와 일본해 어느것도 표기하지 않았다.

지도상의 한반도 왼쪽엔 중국과 황해라고 명확히 표기하고,아래편엔 제주도와 일본의 후쿠오카,위에는 블라디보스토크와 러시아 국경을 분명히 나타냈다.

그러나 오른편은 아무런 표기도 하지 않은채 공백으로 남겨뒀다.

불완전한 지도였지만 이를 보는 한국인의 마음은 차라리 홀가분했다.

르몽드의 중립 지키기가 고맙기까지 했다.

이어 지난 14일자 지면에서 진짜 놀라운 사건이 벌어졌다.

최초의 남북정상회담 사실을 1면과 국제면에 보도하면서 한반도 지도 오른편의 바다를 "한국 동해만"이라 표기한 것이다.

르몽드의 이 조치는 남북한 정상들의 역사적인 첫 만남에 대한 배려일지 모른다.

그러나 통일을 염원하는 현지 교포들로서는 일본해가 지워진 지도를 보고 남북정상회담에서 큰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같은 날 피가로를 비롯한 다른 신문의 지면엔 여전히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돼 있었다.

그렇지만 현지 한국인들은 이에 개의치 않았다.

프랑스 인텔리 계층이 즐겨 읽는 르몽드가 한국 동해만으로 표기한 것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hyeku@co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