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발표된 "남북공동선언"은 남북한의 화해.협력,통일로 가는 밑그림을 남북한 최고 지도자가 합의해 그렸다는 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5개항에 합의한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급진전"이다.

남북정상이 이번에 "경제협력을 통해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킨다"고 합의한 것은 그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던 남북경협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언문에서 남북한은 "합의사항을 조속히 실천에 옮기기 위해 이른 시일안에 당국사이의 대화를 개최"키로 합의했다.

이에따라 남북간의 모든 경협실무를 협의할 공식창구로 남북경제 공동위원회를 가동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기서는 투자보장,이중과세방지,청산결제,분쟁조정절차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간 투자 보장장치가 없는 상황에서는 투자 리스크를 한국 기업이 떠안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투자가 확대되기 힘들다.

이와 함께 북한측이 계약을 불이행한다든지 물품에 하자가 발생한다든지 납기가 지연된다든지 하는 클레임이 발생했을 때 남한 기업이 개별적으로 북한측과 협상.해결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은 여태까지 이러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고 한국정부 또한 공감하고 있던 터이다.

이러한 장치가 마련된다면 기업으로서는 투자의 안전성이 확보돼 안심하고 북한에 투자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조성되는 셈이다.

또 이번 합의를 계기로 북한내 전력,SOC투자에 대한 논의도 남북한 당국간에 이루어질 전망이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 남북 당국간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면,특히 남북간 육상 운송로 개설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경협여건은 상당히 개선된다.

사실 여태까지 남북간 육상운송로 부재로 인한 과다한 물류비용,북한의 극심한 전력난,열악한 SOC는 기업의 대북투자에 큰 걸림돌 중의 하나였다.

이와 함께 정치적 리스크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즉 대북사업은 남북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남북관계가 갑자기 악화되어 긴장.대치.대결 상태로 치달으면 대북사업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남북정상간에 5개항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해서 경협의 모든 환경요인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으로 인한 자재부족,노후화된 설비,남한 기업인의 북한내 상주나 체류에 대한 엄격한 제한,북한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한 판로의 제한성 등의 문제까지 해결될지 지금으로서는 미지수다.

북한의 전력,SOC문제의 해소는 재원조달문제가 걸려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풀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북경협여건이 종전보다 나아지리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특히 다른 제약요인들이 있더라도 전력과 물류문제만 해결된다면 경협은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인들이 많은 만큼 앞으로 남북 당국이 이 부분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 낸다면 경협환경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경제분야에 국한시켜 본다면 이번 합의는 지난 92년의 남북기본합의서 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선언문에 명시된 "경제협력을 통해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킨다"는 대목은 기본합의서에 들어있던 문장을 부활시킨 것이다.

아울러 남북한은 당시 기본합의서 및 부속합의서에서 투자보장협정 이중과세방지협정 등의 체결,남북간 육상운송로 개설,청산결제방식에 의한 결제 등에 대해 합의했었다.

지금까지 한국내에서 해결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왔고 앞으로 풀어나가려고 하는 이들 문제들은 그 해결방안에 대해 이미 8년 전에 남북간에 원칙적으로 합의를 보았던 것이다.

문제는 그 뒤에 남북관계의 악화 등으로 "실천"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번 공동선언문은 남북간의 제반 문제를 풀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고 한다.

단 한번의 정상회담으로 모든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93년 이후의 남북간 대화공백 상태를 종식시키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으로 대화의 물꼬를 튼다는 데 이번 공동선언문의 의의가 있을 것 같다.

남북한 당국이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구체적인 행동과 실천으로 옮기기를 기대한다.

msyang@mail.lge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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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도쿄대 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