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stay)할 것인가, 컴백(come back)할 것인가"

기존 회사를 떠나 꿈을 싣고 출발한 "닷컴기차"로 갈아탄 승객들의 요즘 고민이다.

지난 3,4월의 주가 급락급락,특히 인터넷등 닷컴기업의 폭락세는 이들의 선택을 더욱 강요했다.

주가 하락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달엔 영국의 인터넷 온라인 소매업체 부닷컴이 파산했다.

스톡옵션이라는 유혹에 기존회사에서 받던 월급을 깎이면서까지 이 회사로 이직한 사람들에겐 말그대로 "날벼락"이다.

잘못하다간 "다른 기업행" 열차표를 구할 돈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엄습한다.

여기에 많은 닷컴기업들이 부닷컴과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란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심지어 현재 닷컴기업중 절반이상이 수년내 도태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상당수나 된다.

닷컴이 처한 이런 상황은 닷컴승객들로 하여금 그동안 "중도하차"를 강요해 왔다.

그래도 최근엔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가 반등세를 보이고 있어 그나마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주가가 회복되고 있어도 지난 3월 고점에 비하면 대부분 3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부는 이미 기존의 회사로 돌아가거나 다른 일자리를 찾았다.

컴백을 택한 승객은 주로 30대들이다.

그들의 경험을 중시한 회사가 "귀향"을 용인한 덕이다.

20대들의 귀향은 좀더 어렵다.

그들이 비운 자리를 이미 21~24살의 젊은이들이 채웠기 때문이다.

선택의 폭이 30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셈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직 하차를 유보하고 있다.

아직도 여전히 닷컴기업에 매력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한 운행을 하는 기차에서 대부분의 승객들이 하차를 거부하는 이유는 무얼까.

세계 최대규모 헤드헌트 회사인 하이드릭 앤 스트러글 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CEO) 패트릭 피타드는 "많은 경영자들은 여전히 닷컴기업에 매력을 느끼고 있으며 이는 미래의 세계는 인터넷이 지배한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1세기를 선도할 "디지털 경제"는 인터넷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올들어 주가가 크게 하락했음에도 불구, "인터넷혁명"의 선두주자 야후나 아마존 등의 CEO들이 여전히 막강한 부를 자랑하고 있는 점도 닷컴 창업자들의 "버티기"에 힘이 되고 있다.

닷컴열차 승차를 유혹한 스톡옵션 매입조건은 현 주가보다 훨씬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주가하락으로 그들이 당초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라도 결국 스톡옵션이 많은 돈을 안겨줄 것이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일부 미국 닷컴회사의 경우 스톱옵션 가격 조정으로 경영자들의 사기를 높여주는 경우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반독점법 위반판결로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자 추가적으로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닷컴기업에서 느낄수 있는 "성취감"도 이들의 하차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인터넷기업의 경우 기존의 일반 대기업에 비해 회사 분위기가 역동적이고 창조적이다.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또 빨리 평가받을 수 있어 도전정신이 강한 사람들에겐 안성마춤의 일자리가 될 수도 있다.

주가불안과 파산우려감-부에 대한 욕심과 성취감이 닷컴승객들을 불안에 떨게, 때론 희망에 부풀게 만들고 있다.

한때 러시를 이뤘던 닷컴으로의 대이동이 주춤해진 것은 분명하지만 이들 닷컴승객들이 "원래기차"로 다시 갈아 탈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