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를 켜면 "아 깨운해, 잠 잘 잤어요"라고 아침인사를 하는 곰돌이, 손끝을 누르면 "해피 버스데이 투유(Happy birthday to you)"하고 노래하는 인형, 머리를 쓰다듬으면 꼬리치며 반기는 강아지 인형, 인터넷 사이트에서 내려받은(다운로드) 콘텐츠에 따라 동화를 얘기해 주는 인형...

월트 디즈니 영화 "토이 스토리"의 한 장면같은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장난감이 살아 숨쉬는 어린이 천국"이 이미 실현된 것이다.

이들 장난감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다름아닌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

디지털 토이 제조업체 넥스트웨이(대표 범재룡)와 인터넷 서비스업체 토토빌 인터넷(대표 서문환)은 지난 5월부터 인터넷 토이 "네키"를 함께 시판중이다.

네키는 망토 두른 박쥐 모양의 봉제 인형으로 토토빌 사이트(www.totovil.com)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내려받아 노래하고 옛날얘기(동화구연)를 해주며 간단한 영어 단어와 문장도 가르쳐준다.

네키의 두뇌는 컴퓨터와 접속, 인터넷으로 MP3 파일 형태의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도록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 등을 갖춘 칩박스.이 박스는 등 뒤, 망토로 가려진 부분에 지퍼달린 여닫이를 통해 인형속에 들어간다.

네키 가격은 인형과 1년간 사이트 이용료(다운로드 요금)를 합해 13만 2천원.

두 회사는 시판 한달만에 이 제품을 5백대 정도 팔았다.

미디어랩스(대표 신범수)는 "디노"와 "로티"라는 이름의 디지털 인터랙티브 장난감을 판매중이다.

이 제품은 양손 양발 배 꼬리 등 6군데의 터치 센서, 눈동자의 광 센서, 소리 센서 등을 갖춰 인형 발을 누르면 노래하고 박수치면 춤을 추며, 눈을 가리면 "아이 잠와"하면서 동작을 멈춘다.

인형 내부에는 8비트 CPU와 메모리가 들어 있다.

고형권 미디어랩스 마케팅 팀장은 "구연동화나 어린이 영어교재 등을 CD롬에 담아 판매, 유아교육 분야로 시장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엑시스(대표 김일천)는 대화하는 인형 "초롱이"와 강아지 인형 "인테피"를 개발, 9월부터 시판할 예정이다.

한국엑시스측은 초롱이에게 한글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4개 언어 일상 회화 대부분을 알아듣고 답하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테피는 명령에 따라 걷기 앉기 짖기 등의 동작을 하게 된다.

토이트론(대표 이건갑)은 지난 99년말 국내에서 처음으로 쌍방향 대화가 가능한 인터랙티브 장난감(포포)를 내놨다.

"포포"는 펭귄 모양 봉제완구로 등이나 배를 만지면 "하하하 간지러워"라고 말하는 등 모두 80여종의 문장을 구사한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토이의 "원조"로는 퍼비와 바니가 꼽힌다.

98년 11월 미국 하스브로사가 내놓은 퍼비(Furby)는 센서가 있어 소리와 빛에 반응하고 움직이기도 하는 인형으로 미국에서만 5백만개 이상 팔렸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노래하고 움직이는 공룡모양 인터랙티브 인형 바니(Barney)도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최근엔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매털사가 밤에는 저절로 잠드는, 인간을 닮은 로봇 "마일로"를 곧 시판하겠다고 발표한 상태.

일본 소니가 지난해 6월 내놓은 강아지 모양 로봇 아이보(Aibo)는 25만엔(약 3백만원)의 고가에도 불구, 인터넷을 통해 예약받기 시작한 지 20분 만에 1차분 3천대가 모두 매진돼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연말에도 1만대가 팔려 나갔다.

이 제품은 카메라 열감지기, 적외선 거리측정계, 촉각감지기, 속도감지기, 마이크, 스피커 등 각종 첨단장치와 6비트 CPU를 갖춰 강아지가 움직이고 짖고 감정 표현도 하도록 했다.

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