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84) 제1부 : 1997년 가을 <8> '정복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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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상화
백인홍은 대해직물의 생산공장과 생산시설을 인수하기로 한 결정과 인수금액의 조건에 대해서 권력자의 사돈인 윤 회장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계약후 2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무역권을 완전히 인수하기로 한 조건을 특히 강조했다.
윤 회장은 백인홍의 결정을 탐탁해하지 않는 듯했다.
노조의 극성이 도를 더해가고 수출채산성이 악화일로에 있는 이 시점에 수출의존도가 높은 노동집약 산업에 무슨 이유로 손을 대느냐,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새로운 사업의 착수가 한 사업가로서의 명예를 얻기 위해서라고 백인홍은 설명할 수 없었다.
더구나 7년전까지 대해실업의 하청업을 하였으므로 대해실업의 전통사업을 인수함으로써 그가 얻게 되는 심리적 만족감을 윤 회장에게 이해시킬 수는 없었다.
"매매 물건에 대해서는 말이야.오너 회장 비서실에서 아직 검토중이라고는 하나 성사는 힘들 거라는 인상을 받았어"
윤 회장이 포도주잔을 들면서 말했다.
"관심은 있대요?"
"관심이 없을 리 있나. 금싸라기 땅들인데..회사 자금사정이 원만치 않은가봐"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윤 회장이 말을 이었다.
"이자율이 좀 높아서 그렇지.단자회사나 금융회사에 담보로 넣으면 융자는 쉽게 받을걸.요새 싼 이자의 외자를 마구 들여와 돈이 남아도는 데가 단자회사와 금융회사야"
"인수가격의 반 정도 되는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인데 이미 단자회사와 금융회사에서 보증을 해주기로 했어요. 제2금융권에서 더 이상 융자도 어려울 거예요"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회사규모에 따라 여신한도가 있을 테니까.
어차피 제2금융권에서도 회사채의 많은 부분을 자기들이 인수할 테니까 따져보면 다 외국에서 빌려온 돈이야"
잠시 침묵 속에 식사를 끝냈다.
"혹시 백 사장이 중년의 위기에 들어간 거 아니야? 백사장 올해 몇이지?"
후식이 들어왔을 때 윤 회장이 미소 속에 말했다.
"금년에 마흔일곱입니다.
중년의 위기란 일할 의욕을 잃는 때를 가리키는 말 아닙니까? 저는 일할 의욕이 더 생기는 경우입니다"
"잘되기 힘든 사업에 백 사장같이 샤프한 사업가가 손대려고 하니까 하는 말이야"
"그럼,중년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좀 알려주십시오"
백인홍이 농담조로 미소 속에 말했다.
윤 회장은 그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듯 자리를 고쳐앉으며 강의를 늘어놓을 듯한 태도를 취했다.
강의는 집어치우고 바쁜 사람이니 용건부터 마무리짓자고 말하고 싶었으나 백인홍은 현자의 말을 경청하려는 태도를 취했다.
"며칠 전 어느 책에서 보니까 중년의 위기는 절제함에서 온다고 하더군.사람은 어려서부터 절제만이 미덕이라는 잘못된 사고방식 아래서 삶을 영위한다는 거야.성년이 되어서도 어렸을 때부터 뇌리에 각인되어 있던 "절제가 미덕"이라는 상자 속에 갇혀 사는 격이지.답답할 수밖에..그러다가 스트레스가 쌓여 어느 시점에 가서는 누적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의욕을 잃게 된다는 거야.그게 45세에서 60세까지 어느 시기에나 올 수 있다는 거지"
백인홍은 대해직물의 생산공장과 생산시설을 인수하기로 한 결정과 인수금액의 조건에 대해서 권력자의 사돈인 윤 회장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계약후 2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무역권을 완전히 인수하기로 한 조건을 특히 강조했다.
윤 회장은 백인홍의 결정을 탐탁해하지 않는 듯했다.
노조의 극성이 도를 더해가고 수출채산성이 악화일로에 있는 이 시점에 수출의존도가 높은 노동집약 산업에 무슨 이유로 손을 대느냐,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새로운 사업의 착수가 한 사업가로서의 명예를 얻기 위해서라고 백인홍은 설명할 수 없었다.
더구나 7년전까지 대해실업의 하청업을 하였으므로 대해실업의 전통사업을 인수함으로써 그가 얻게 되는 심리적 만족감을 윤 회장에게 이해시킬 수는 없었다.
"매매 물건에 대해서는 말이야.오너 회장 비서실에서 아직 검토중이라고는 하나 성사는 힘들 거라는 인상을 받았어"
윤 회장이 포도주잔을 들면서 말했다.
"관심은 있대요?"
"관심이 없을 리 있나. 금싸라기 땅들인데..회사 자금사정이 원만치 않은가봐"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윤 회장이 말을 이었다.
"이자율이 좀 높아서 그렇지.단자회사나 금융회사에 담보로 넣으면 융자는 쉽게 받을걸.요새 싼 이자의 외자를 마구 들여와 돈이 남아도는 데가 단자회사와 금융회사야"
"인수가격의 반 정도 되는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인데 이미 단자회사와 금융회사에서 보증을 해주기로 했어요. 제2금융권에서 더 이상 융자도 어려울 거예요"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회사규모에 따라 여신한도가 있을 테니까.
어차피 제2금융권에서도 회사채의 많은 부분을 자기들이 인수할 테니까 따져보면 다 외국에서 빌려온 돈이야"
잠시 침묵 속에 식사를 끝냈다.
"혹시 백 사장이 중년의 위기에 들어간 거 아니야? 백사장 올해 몇이지?"
후식이 들어왔을 때 윤 회장이 미소 속에 말했다.
"금년에 마흔일곱입니다.
중년의 위기란 일할 의욕을 잃는 때를 가리키는 말 아닙니까? 저는 일할 의욕이 더 생기는 경우입니다"
"잘되기 힘든 사업에 백 사장같이 샤프한 사업가가 손대려고 하니까 하는 말이야"
"그럼,중년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좀 알려주십시오"
백인홍이 농담조로 미소 속에 말했다.
윤 회장은 그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듯 자리를 고쳐앉으며 강의를 늘어놓을 듯한 태도를 취했다.
강의는 집어치우고 바쁜 사람이니 용건부터 마무리짓자고 말하고 싶었으나 백인홍은 현자의 말을 경청하려는 태도를 취했다.
"며칠 전 어느 책에서 보니까 중년의 위기는 절제함에서 온다고 하더군.사람은 어려서부터 절제만이 미덕이라는 잘못된 사고방식 아래서 삶을 영위한다는 거야.성년이 되어서도 어렸을 때부터 뇌리에 각인되어 있던 "절제가 미덕"이라는 상자 속에 갇혀 사는 격이지.답답할 수밖에..그러다가 스트레스가 쌓여 어느 시점에 가서는 누적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의욕을 잃게 된다는 거야.그게 45세에서 60세까지 어느 시기에나 올 수 있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