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현대 전명예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정몽헌 현대 전회장(현대아산 이사회의장) 등 3부자가 9일 정 전명예회장의 청운동 자택에서 만났다.

이날 회동은 정 전명예회장이 "3부자 동반퇴진"을 선언한 지난 5월31일 이후 9일만이다.

이날 회동에는 정 전명예회장의 동생인 정상영 KCC회장과 정몽준의원(현대중공업 고문)도 참석했다.

이날 회동에 대해 자동차쪽에선 단순한 귀국문안인사 자리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날 모임은 정몽구회장이 예정보다 일찍 귀국한데다 정상영회장 등도 참석한 것으로 보아 정 전명예회장의 호출로 이뤄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김윤규 현대건설사장도 이날 청운동 자택을 방문했으나 "5자 가족모임"에는 동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상당히 깊숙한 얘기가 오고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가족모임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가 오고갔는 지에 대해서는 정몽구회장쪽과 정몽헌의장쪽의 해석이 엇갈린다.

정몽헌의장쪽에서는 정 전명예회장이 본인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는 정몽구회장을 질책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 전명예회장은 "내 뜻을 아직도 모르느냐"며 되풀이해서 질책을 했다는 것.

정몽구회장이 김윤규사장과 정상영회장이 자리를 뜬 직후에 "4부자"중에서 가장 먼저 청운동 자택을 나온 것도 이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반면,자동차쪽에서는 단지"문안인사"자리였을 뿐 경영권문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정몽구회장이 가족모임후 계동 사옥 집무실에서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몽헌의장 등이 참석하는 줄도 몰랐다며 이날 회동에 별다른 의미가 없음을 강조했다.

현대 주변에서는 정계에서 차세대 유력 주자로 거명되는 정몽준의원이 이날 모임에 참석한 동기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관련,정의원은 현대 계열분리를 위한 지분정리과정에서 이달초 정 전명예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현대상선이 자신의 몫으로 돼있는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가 된 데 대해 부당하다는 뜻을 전했다는 관측도 있다.

정의원은 이날 모임에서 현대 내분에 대한 외부의 동향을 전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정상영회장도 더 이상 집안의 내분이 지속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혀 한때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등 이날 회동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무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모종의 발표가 있을 것이냐에 대해서는 현대 구조조정위원회나 자동차 모두 회의적인 시각이다.

구조조정위는 더 이상 대응이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뭔가 나오더라도 그것은 자동차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이고 자동차쪽에서는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정몽구회장체제 유지를 계속 고수하는 입장이다.

현대 안팎에서는 변화가 있더라도 다음주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나 가시화될 것이란 관측이 강해 현대 내분은 당분간 봉합상태로 유지될 전망이다.

<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