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국 크랜필드 경영대학원은 글로브 극장에서 1주일간 셰익스피어 연극을 보며 글로벌 비즈니스를 배우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보다 2년 전에 미국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은 "완벽한 왕자를 찾아서"라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중심으로 MBA과정에 케이스 스터디 강좌를 개설했다.

첨단시대에 4백년 전 문호에게 경영 노하우를 배우는 이유는 뭔가.

그것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과 조직의 리더십이 그 속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최근 번역된 "셰익스피어를 모르면 21세기 경영은 없다(원제:Shakespeare in Charge)"(노먼 오거스틴.케네스 아델만 공저,홍윤주 옮김,푸른샘,9천5백원)는 경영과 리더십에 관한 불변의 진리를 전하는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저자들은 위대한 작가의 유산을 새로운 각도로 조명하고 변화무쌍한 경제현실에 적용하는 법을 알려준다.

죽은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헨리 5세와 재정관리에 실패한 리어왕 이야기도 현대 기업과 매치시킨다.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행간의 의미를 바쁜 기업 경영자들의 입맛에 맞도록 알기 쉽게 전달해 더욱 주목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처럼 비즈니스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다.

e메일이나 휴대전화 인터넷 PC로 대변되는 하이테크 시대에도 여전히 기본은 인간관계에 의해 결정된다.

실제로 그의 작품에는 모든 유형의 리더와 매니저 컨설턴트 중개인 고객들이 등장한다.

상사와 부하,고객과 판매원,변호사와 의뢰인,부모와 자식간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그 밑바닥에는 야망과 증오 자존심과 이기심 등의 감정이 깔려있다.

"리어왕"의 충성스런 신하 켄트는 모든 비즈니스에 필요한 인물이다.

이런 사람은 권력을 휘두르지 않지만 최고 경영자 곁에서 보좌하며 조직을 성공으로 이끈다.

리어왕이 늙고 어리석어 그를 추방한 뒤에도 신분을 위장하고 돌아와 수많은 고난을 견디며 왕을 섬긴다.

웃음 속에 날카로운 충고와 메시지를 담아 전하는 광대의 캐릭터도 소중하다.

반면 "줄리어스 시저"의 캐시어스 같은 인물은 블랙리스트 대상이다.

능력은 뛰어나지만 파괴적인 성격을 지녔고 누군가의 밑에 있다는 걸 견디지 못한다.

이런 유형은 분명한 보고체계와 신뢰를 중시하는 팀의 구성원으로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

책은 5막으로 구성돼 있다.

1막은 리더십에 관한 내용.

방탕한 생활을 청산하고 왕위에 오른 "헨리 5세"가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애진코트 전투에서 다섯배나 많은 프랑스군을 무찌르고 승리한다.

리더의 적절한 판단과 지시는 어떤 위험도 능히 극복하게 한다.

스노보드를 고안한 제이크 버튼,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이 비슷한 경영자다.

2막은 변화 대처법.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주인공 페트루치오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떠밀리지만 변화를 주도해 성공을 쟁취한다.

"기회를 잡고 미래의 가능성을 읽어라"

3막은 실무자들의 역할 만들기.

"줄리어스 시저"를 통해 인적 자원의 중요성과 책임있는 역할을 접목시킨다.

"상처에는 고약을 바를 일이지 비벼대서는 안된다"

4막은 위험 관리.

"베니스의 상인"처럼 관리자의 노력과 판단능력,예지력과 냉철함을 익혀야 한다.

외곬투자는 어리석은 결정을 동반한다.

5막은 위기관리 능력.

"햄릿"의 숙부 클로디어스가 본보기다.

그는 형제와 국왕을 죽이고 "죄악의 짐이 무겁다"며 고뇌하지만 난관을 뚫고 전쟁 없이 노르웨이의 덴마크 침략을 저지시킨다.

기업도 위기 때 핵심사업에는 충격이 미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이처럼 셰익스피어는 16세기 상인뿐만 아니라 21세기 기업인들에게도 훌륭한 경영 노하우를 가르쳐준다.

극장이나 교실,책 속에서 걸어나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분야까지 아우르며 살아있는 교훈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출간된 "셰익스피어가 가르쳐주는 세상사는 지혜"(조지 와인버그 외저,한언,8천9백원)와 비교하며 숙독하면 더욱 좋다.

<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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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과 비즈니스의 9가지 교훈 ]


1.당신이 소유한 자산을 잘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하라.

2.책임을 받아들여라.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라.

3.회사와 개인의 순자산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라.

4.합병으로 힘을 모으고 분배금은 파트너 재정상태를 살펴 나누라.

5.인생의 친구는 비즈니스의 상관 동료 부하처럼 신중하게 택하라.

6.실패는 참을성을 기르고 동료를 돕는 마음은 잠재성을 일깨운다.

7.위기를 대비해 항상 긴장하고 가능한 한 빨리 위기를 극복하라.

8.재정상의 책임을 준수하라.

절약을 모르면 파멸을 맞는다.

9.회사나 개인의 인생에 있어 뛰어난 회계능력을 소중히 여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