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외채관리에 있어 단기외채 비중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97년말 우리가 외환위기를 당한 직접적인 배경은 총외채가 문제됐다기보다는 외채의 질적 관리를 잘못한 부분이 더 크다.

당시 단기외채는 6백36억달러에 달한 반면 가용외환보유고는 39억달러에 불과했다.

결국 그 차이만큼 국제통화기금( IMF )과 세계은행(IBRD)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현 정부의 외채관리정책은 총외채 규모를 줄이기보다는 단기외채 비중을 낮게 가져가는데 중점을 두어 추진해 왔다.

그 결과 단기외채 비중이 한때 20% 내외까지 떨어져 대내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최근 들어 단기외채 비중이 다시 32%대에 진입하고 있는 점이다.

물론 단기외채 비중은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단기외채가 늘어난 것도 무역신용이 주요인임을 감안하면,정책당국자의 시각처럼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시각은 두가지 측면에서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하나는 우리의 대외신용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재 8백68억달러의 외환보유고로는 부족하다.

단기외채 비중이 32%,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6백40억달러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외환보유고는 최소한 1천억달러 이상이 확보돼야 가능하다.

최근 단기외채 증가의 주범인 무역신용도 현재 재경부 입장대로 금융기관의 지급보증으로 간주해 외환건전성 규제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수출과 경기둔화라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그렇다고 해서 산자부와 업계의 견해대로 무역신용을 무한정 허용해 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단기외채는 초기부터 엄격하게 관리했어야 했다.

우리처럼 외환위기를 당한 국가에서는 일단 단기외채가 늘어나면 다시 줄이기 어려운 하방경직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현 시점에서 정책당국이 가져갈 수 있는 정책여지가 좁은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정책당국이 마냥 손놓고 있을 수 있는 상황도 못된다.

최소한 현재 부처간 논란이 되고 있는 무역신용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의 외환건전성 규제대상에 포함시키되 소비재 신용은 엄격하게 관리하고,수출용 원자재 신용은 규제를 완화해 줌으로써 외채관리와 수출증대를 동시에 모색하는 방안이 바람직해 보인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