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내가 곧 시장이다? .. 김병주 <서강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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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제왕이라 불릴만큼 위풍당당했던 프랑스 절대군주 루이14세가 1651년 의회연설에서 "짐이 국가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군대가 1709년 말파케 전투에서 패전했다는 소식을 듣자 "신은 내가 그를 위해 한 모든 일을 잊었단 말인가"라고 말했다는 걸 보면 그의 콧대 높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혁명후 난세에 등극한 나폴레옹도 기세등등했다.
1814년 상원연설에서 "왕좌란 무엇인가. 그것은 벨벳천으로 씌우고 도금한 나무조각이다. 나만이 국민의 대표이다. 짐이 국가다.
설사 과오를 범했더라도 그대들은 나를 공개적으로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후 약 2세기가 지난 요즘의 민주주의 시대에 이런 말을 발설하는 지도자에게 자리를 맡길 국민은 없다.
내심이야 어떠하든 지도자는 자주 "국민"의 이름을 빌려야 한다.
"국민이 원한다면" "국민의 뜻을 하늘같이 알고" 등 국민을 등에 업은 수사법이 능해야 지도자로 발돋움한다.
60년대 초 이래 정부주도하에 국민경제를 운용해 고도성장을 이루었고 그 공적 덕분에 고소득을 누리게 됐지만 각종 후유증을 남긴 것도 사실이다.
그 가운데 가장 고질병이 관료들의 관치만능 마인드이다.
80년대이래 민간주도형이라는 말이 관청가에 무성하지만 실제로 대다수 관료들의 행동양식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내심으로 지난날 관치경제시대가 그리운 그들이 "민간부문의 창의력" "시장 메커니즘" "시장원리" 등 구호를 외친들 민간주도 경제운용이 촉진될 수 없다.
97년 경제위기의 멀고도 가까운 원인이 바로 관치금융이었다는데 이의가 있을까.
최근 고위관료들의 우려스런 발언이 부쩍 늘고있다.
얼마전"시장이 실패하면 정부가 개입한다"는 경제정책 책임자의 발언은 원론수준에서 지극히 타당한 말이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외부성,불완전 경쟁부문,불완전 정보등 교과서적 요인들 못지않게 시장실패를 빌미로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했기 때문에 빚어진 정부실패의 후유증을 외면한 발언이다.
금융억압이 어느정도 필요했던 시대가 지났는데도 지속된 각종 규제가 위기의 원인이 된것 아닌가.
금융시장에는 시장실패요인들이 상존한다.
특히 금융거래자들이 서로 상대방을 잘 알지 못해 빚어지는 정보비대칭 현상이 심각하고,여기서 도덕적 해이 문제와 역선택 문제가 발생한다.
자칫 금융기관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금융감독기능이 중요하다.
환란과 금융위기의 직접적 요인은 바로 은행을 규제하는 금감원,다양한 비은행 금융기관들을 감독하는 재경부의 감독 소홀에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금융겸업주의 물결에 순응해 새로 만든 통합감독기구는 감독기능을 효율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취지였다.
금융감독이란 금융기관의 인허가,건전성 규제,검사,제재 등 업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환란 이후 금감위가 궂은 일 마다 않고 어려운 구조조정 작업을 많이 한 공적은 평가받을만 하다.
그러나 잘 나가면 자만심이 생기는 법인가.
근래 이 감독기구가 튀고 있어 무소불위라 불린다.
아무리 위기상황이라지만 최근의 간섭 개입은 과거 관치금융을 뺨친다.
국유화 은행은 물론 정부 소유주식 하나 없는 민간은행 등에 대해서 크고 작은 내부 경영전반에 지시가 수시로 하달된다.
투명성 객관성에 의심받을 부분이 있는 모양인지,전화통지가 상투적 지시수단이라고 한다.
추후 책임추궁이 두려운 탓이리라.
떳떳한 감독자라면 삼가야 할 일이고,똘똘한 은행원이라면 전화통지를 반드시 녹취,보관할 일이다.
최근 H그룹 사건과 관련해 "시장의 신뢰"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 등 금감위 책임자의 발언도 원론적으로는 수긍이 가지만 작금의 위세로 미루어 "나의 신뢰" "내가 인정..."으로 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내가 곧 시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 황제가 없는 경제가 바로 시장경제이다.
금감위의 본령은 "금융"감독이지 "경제"감독이 아니다.
기업 구조조정기구는 금감위 조직의 혹이지 자랑이 아니다.
H그룹의 대주주들을 경영일선에서 밀어냈다.
그 국민경제차원의 평가가 어떠하든,밀어내기 과정에 금감위가 직간접으로 작용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소유 경영 분리원칙은 좋지만,기아사태에서 보았듯이 전문경영인의 대리인 문제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정부 손길로 순치하기 편리할 것이다.
재벌 총수의 "황제경영"이 문제라고 해서 정부관료가 대신 황제식으로 국민경제를 지배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시장의 이름으로 시장경제를 옥조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
pjkim@ ccs.sogang.ac.kr
그의 군대가 1709년 말파케 전투에서 패전했다는 소식을 듣자 "신은 내가 그를 위해 한 모든 일을 잊었단 말인가"라고 말했다는 걸 보면 그의 콧대 높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혁명후 난세에 등극한 나폴레옹도 기세등등했다.
1814년 상원연설에서 "왕좌란 무엇인가. 그것은 벨벳천으로 씌우고 도금한 나무조각이다. 나만이 국민의 대표이다. 짐이 국가다.
설사 과오를 범했더라도 그대들은 나를 공개적으로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후 약 2세기가 지난 요즘의 민주주의 시대에 이런 말을 발설하는 지도자에게 자리를 맡길 국민은 없다.
내심이야 어떠하든 지도자는 자주 "국민"의 이름을 빌려야 한다.
"국민이 원한다면" "국민의 뜻을 하늘같이 알고" 등 국민을 등에 업은 수사법이 능해야 지도자로 발돋움한다.
60년대 초 이래 정부주도하에 국민경제를 운용해 고도성장을 이루었고 그 공적 덕분에 고소득을 누리게 됐지만 각종 후유증을 남긴 것도 사실이다.
그 가운데 가장 고질병이 관료들의 관치만능 마인드이다.
80년대이래 민간주도형이라는 말이 관청가에 무성하지만 실제로 대다수 관료들의 행동양식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내심으로 지난날 관치경제시대가 그리운 그들이 "민간부문의 창의력" "시장 메커니즘" "시장원리" 등 구호를 외친들 민간주도 경제운용이 촉진될 수 없다.
97년 경제위기의 멀고도 가까운 원인이 바로 관치금융이었다는데 이의가 있을까.
최근 고위관료들의 우려스런 발언이 부쩍 늘고있다.
얼마전"시장이 실패하면 정부가 개입한다"는 경제정책 책임자의 발언은 원론수준에서 지극히 타당한 말이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외부성,불완전 경쟁부문,불완전 정보등 교과서적 요인들 못지않게 시장실패를 빌미로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했기 때문에 빚어진 정부실패의 후유증을 외면한 발언이다.
금융억압이 어느정도 필요했던 시대가 지났는데도 지속된 각종 규제가 위기의 원인이 된것 아닌가.
금융시장에는 시장실패요인들이 상존한다.
특히 금융거래자들이 서로 상대방을 잘 알지 못해 빚어지는 정보비대칭 현상이 심각하고,여기서 도덕적 해이 문제와 역선택 문제가 발생한다.
자칫 금융기관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금융감독기능이 중요하다.
환란과 금융위기의 직접적 요인은 바로 은행을 규제하는 금감원,다양한 비은행 금융기관들을 감독하는 재경부의 감독 소홀에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금융겸업주의 물결에 순응해 새로 만든 통합감독기구는 감독기능을 효율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취지였다.
금융감독이란 금융기관의 인허가,건전성 규제,검사,제재 등 업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환란 이후 금감위가 궂은 일 마다 않고 어려운 구조조정 작업을 많이 한 공적은 평가받을만 하다.
그러나 잘 나가면 자만심이 생기는 법인가.
근래 이 감독기구가 튀고 있어 무소불위라 불린다.
아무리 위기상황이라지만 최근의 간섭 개입은 과거 관치금융을 뺨친다.
국유화 은행은 물론 정부 소유주식 하나 없는 민간은행 등에 대해서 크고 작은 내부 경영전반에 지시가 수시로 하달된다.
투명성 객관성에 의심받을 부분이 있는 모양인지,전화통지가 상투적 지시수단이라고 한다.
추후 책임추궁이 두려운 탓이리라.
떳떳한 감독자라면 삼가야 할 일이고,똘똘한 은행원이라면 전화통지를 반드시 녹취,보관할 일이다.
최근 H그룹 사건과 관련해 "시장의 신뢰"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 등 금감위 책임자의 발언도 원론적으로는 수긍이 가지만 작금의 위세로 미루어 "나의 신뢰" "내가 인정..."으로 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내가 곧 시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 황제가 없는 경제가 바로 시장경제이다.
금감위의 본령은 "금융"감독이지 "경제"감독이 아니다.
기업 구조조정기구는 금감위 조직의 혹이지 자랑이 아니다.
H그룹의 대주주들을 경영일선에서 밀어냈다.
그 국민경제차원의 평가가 어떠하든,밀어내기 과정에 금감위가 직간접으로 작용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소유 경영 분리원칙은 좋지만,기아사태에서 보았듯이 전문경영인의 대리인 문제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정부 손길로 순치하기 편리할 것이다.
재벌 총수의 "황제경영"이 문제라고 해서 정부관료가 대신 황제식으로 국민경제를 지배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시장의 이름으로 시장경제를 옥조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
pjkim@ ccs.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