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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투데이] OECD 지원금 편법사용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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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렌스 서머스 <미국 재무장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협정은 지금으로부터 22년전에 도출되었다.

    그것은 국제 무역에서 비생산적이며 과도한 보조금 지급경쟁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돼왔다.

    이 협정은 협정 당사국간의 법률적 강제에 의해서라기보다 신사협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전세계 각국은 수출보조금을 줄이는 이러한 협정으로 교묘한 형태의 무역 보호주의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으며 미국 국민들에게는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세금경감 혜택을 주었다.

    이 협정에 따른 미국 정부의 예산절감액만 연간 5억달러가 넘는다.

    또한 OECD협정은 투명한 경쟁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보다 효율적이고 강력한 글로벌 교역체제와 지구촌 경제의 기초를 건설하는 데 일조했다.

    이러한 협정은 국제적 경쟁의 장에서 수출보조금을 줄임으로써 보다 자유롭고 공정한 국제교역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미국정부의 다양한 노력의 일부분이다.

    이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세계무역기구(WTO)등에 대해 미국이 일관되게 보였던 방침이기도 하다.

    WTO규정은 가난한 국가들에서의 경제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개발 보조금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도움이 자국내 수출업자들의 이익을 위해 종종 사용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러한 왜곡은 공정하고 오픈된 교역의 기초를 손상시키며 애초 개발 보조금이 갖고 있던 취지에도 벗어나는 것이다.

    지난 90년대 초반 세계무역기구가 구속력 있는 지원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회원국들에 이 문제를 강력히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구속력 있는 원조 합의는 매우 많은 이점을 낳았다.

    이와 동시에-아마도 불가피하게-이러한 혜택은 점차 구속력 없는 지원금( untied aid )을 도입하는 나라들이 늘어남으로써 위협을 받고 있다.

    구속력 없는 지원금은 WTO규정에도 위배되는 것이며 정부가 민간기업을 지원하는 편법으로 개발도상국에서의 기업간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

    이러한 유사 지원금은 다양한 형태로 각 나라에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종류의 관행은 우리가 지난 수십년간 가꾸어온 다자간 구속력 있는 원조의 효율성과 신뢰성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구속력 없는 지원금의 오용이 OECD의 통합과 신뢰성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믿는다.

    이와 함께 지난 22년간 지켜온 OECD 회원국간 신사협정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OECD회원국들은 오는 11월 회의 이전에 수출보조금 관행에 대한 적극적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미국은 지난 수십년간 회원국들과 함께 공들여 일구어 왔던 다자간 협정의 원칙을 손상시키는 몇몇 나라들을 수수방관하고 있을 수는 없다.

    다자간 협정의 정신에 위배되는 어떠한 예외적인 조항들도 원칙에 부합되도록 조정하고 합의점을 이끌어 내는 것이 필요하며 또 합리적이라고 믿는다.

    미국의 이에 대한 대응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로 집약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OECD회원국들은 오는 11월 회동을 하기 전 이러한 이슈들에 대한 세밀한 사전 검토작업을 선행할 것을 촉구한다.

    다음으로 우리는 이러한 문제가 다자간 협정 원칙에 의거해 원만하게 해결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만약 협상이 실패할 경우 미국이 단독으로 행동할 수도 있음을 분명히 한다.

    미국 정부는 기업들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불공정 무역관행으로부터 수출업자들을 보호할 수단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

    정리=김재창 기자 charm@ 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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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이 최근 미국 수출입은행 창립 65주년 기념행사에서 행한 연설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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