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중고차 전문경매장까지 문을 열어 재래식 유통구조가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보이기때문이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중고차 세율이 인하될 예정이어서 앞으로 중고차시장은 국내 자동차 유통시장을 주름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왔던 중고차시장에 "빅뱅(대폭발)"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중고차 거래규모는 신차 거래에 비해 10~20%정도 많다.

지난 4월의 경우 중고차 거래는 13만2천여대로 신차의 10만3천여대에 비해 28% 가량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중고차 판매량이 신차 판매량을 추월한 것은 IMF관리체제로 신차수요가 급감한 지난 98년부터다.

98년 한햇동안 중고차 거래대수는 1백19만대로 신차거래대수인 77만대에 비해 35%이상 높았다.

불황이 닥치고 소득이 줄어들자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맸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중고차 거래증가는 IMF체제하의 "반짝 경기"와는 거리가 멀다.

자동차가 대중화되고 관련 상식도 폭넓게 공유되면서 중고차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매매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거래 편의성이 향상된 것도 한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고차시장의 빅뱅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서울 자동차경매장의 김명수 사장은 "앞으로 중고차거래는 매년 15~20%씩 증가,오는 2002년께에는 신차 거래의 1백50% 수준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자동차 선진국인 일본 미국처럼 중고차 물량이 전체 자동차 유통시장의 60~70% 이상을 차지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등장한 중고차 경매장은 이같은 전망을 현실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유통구조가 선진형으로 체계화될 것이기때문이다.

대우자동차가 지난 17일 경기도 기흥에 설립한 서울자동차 경매장은 1만2천평으로 국내 최대규모다.

국내 최대의 자동차 업체인 현대자동차 역시 경매장 설립을 추진,늦어도 내년까지는 중고차 경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기존 유통망에 자본력까지 갖춘 완성차업계가 이처럼 중고차 경매에 뛰어들 경우 경매가 활성화될 것은 불문가지다.

경매장 출현으로 기존 매매상들은 체계적인 도매센터를 확보하게 된다.

도매상들은 보다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할수 있게 되며 일반 소비자들의 거래량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선 제값에 중고차를 팔수 있는 기회가 더 늘어나게 된다.

중고차평가 전문가들이 품질평가를 해주는데다 경매를 통해 시중 매매상과 거래할 때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차값을 받을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중고차 구입시 자신이 구입할 차를 매매상이 얼마에 구입했으며 또 얼마의 마진율을 붙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지를 알수 있다.

매매상이 가격정보를 독점함으로서 생길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셈이다.

내년부터 중고자동차 세율을 30% 정도 인하하겠다는 정부발표 역시 장래 중고차시장의 성장을 이끌 요인이다.

서울시 자동차매매조합의 최동보 상무는 "자동차세를 차등 적용한다는 법안이 내년부터 실행되면 배기량이 큰 차량을 중심으로 한 중고차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증가한 물량과 함께 세제혜택을 바라는 소비자들이 대거 중고차시장에 몰리면서 중고차 거래량 역시 증가할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보통신망의 발달과 함께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인터넷 중고차사이트 등장 역시 중고차 거래를 활성하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에는 약 20여개의 대형 중고차사이트가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 이들 사이트를 통한 중고차거래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편으론 중고차시장의 양적 발전과 함께 질적 발전을 위한 방안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시민운동단체의 한 관계자는 "중고차시장의 질적 발전을 위해선 <>유통단계 축소 <>정확한 품질평가 기준마련 <>중고차 할부금융인하와 같은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부매매상사들의 무자료거래 및 신용카드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행위 역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