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국무총리가 포항제철 회장과 민자당 대표시절인 지난88~93년 사이 세금을 덜 내고 공직자 재산공개의 비난여론을 피하기 위해 수십억원대의 부동산을 재산관리인에게 명의신탁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박총리의 재산관리인이자 부동산을 명의신탁 받은 조모(60)씨가 세무당국의 증여세 등 부과처분에 불복해 낸 소송의 재판과정에서 밝혀졌다.

서울 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김치중 부장판사)는 17일 조씨가 서울 역삼세무서를 상대로 "서울 중구 을지로 소재 토지와 건물 등 6건의 부동산에 대해 물린 증여세,방위세 등 20여억원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7억6천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세금 12억 4천여만원의 부과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구 소득세법상 재산의 명의자와 실소유자가 다를 경우 실질소유자에게 증여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조세회피를 방지해 조세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문제의 부동산 6건중 4건은 박씨와 부인이 구입한 뒤 원고명의로 임대사업을 해온 것이 인정된다"며 "이는 공인인 박씨의 재산취득 사실이 공개돼 명예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을 막고 종합소득세 등을 경감할 목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나머지 두건의 부동산을 명의신탁한 것은 박씨가 공직자로서 다량의 재산을 취득한 사실이 알려질 경우 입을 불이익을 피하려는 목적이었을뿐 증여세를 회피할 목적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총리와 부인은 88년과 93년 서울 중구 오장동의 2층짜리 건물 등 최소 58억원이상을 들여 부동산 6곳을 구입해 조씨에게 명의신탁했으며 97년 부동산 실명제 시행을 앞두고 명의를 되찾아 그해 공직자 재산등록때 자신의 재산으로 신고했다.

이에대해 박 총리는 "법적으로 진행중인 사건이기는 하나 공인으로서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고 말했다.

< 정대인 기자 bigman@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