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의 법규 준수여부를 감시하는 준법감시인(Compliance Officer)의 자격요건을 놓고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이 갈등을 빚고 있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재경부가 지난달말 입법예고한 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해당 금융회사나 동일업종에 5년이상(변호사 또는 회계사의 경우 3년) 근무하지 않은 사람은 준법 감시인으로 선임될 수 없도록 규정하자 금감원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 시행령에 따르면 은행법상 금융회사가 아닌 금감원 임직원의 경우 은행 증권 보험사 등에 준법감시인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 봉쇄되기 때문이다.

재경부는 "준법 감시인은 해당 금융회사 업무내용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란 점에서 외부인사보다는 해당 금융회사나 동종업종에 근무경력을 가진 인사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감원은 "회사 이익을 우선시하는 금융회사 내부직원이나 동일업종 근무경력자를 자격요건으로 하는 것은 불건전한 금융관행을 개선하자는 준법감시인 제도의 도입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문제를 놓고 최근 재경부와 금감원 실무진들이 만나 절충을 시도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재경부는 입법예고 내용대로 밀어붙인다는 방침인 반면 금감원은 이를 저지할 계획이어서 준법감시인 제도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준법감시인 제도가 정부인사의 낙하산 자리로 전락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감사는 "준법감시인 자격은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며 정부가 세부적인 자격요건까지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부 은행들이 지난달부터 준법감시인을 선임한데 이어 모든 증권사와 투신사 및 투신운용사도 오는 9월말까지 기존 감사부서와는 별도로 준법감시인을 의무적으로 둬야 한다.

준법감시인은 해당 금융회사 임직원들이 관련법규와 업무규정및 절차를 준수하는지 여부를 감시하고 금융당국에 보고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유병연 기자 yooby@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