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신탁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자금이탈을 가속화시키는 주범은 단위형 금전신탁이다.

지난해 4월 은행권 최초의 주식형 펀드로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30%이상이 원금을 까먹는 등 운용실적이 저조한 탓에 신탁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실적배당상품이라 운용결과에 따라 원금손실이 생길수 있는 상품이지만 고객들은 은행에 돈을 맡겨도 원금을 못찾을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실적배당형 신탁상품이라해도 사실상 은행이 원금보전을 해줬고 펀드운용도 주식편입없이 채권이나 대출 등으로만 운용했기 때문에 은행에 돈을 맡겨 원금까지 손해보는 일은 없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은행들이 지난해 단위신탁 고객들을 유치하면서 원금손실의 위험성보다는 정기예금 이상의 고수익을 거둘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가하락으로 인해 원금을 까먹기는 투신사의 수익증권이나 뮤추얼펀드도 마찬가지지만 "은행"이기 때문에 고객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 1억3천만원 맡겨 이자가 단돈 15만원 =요즘 은행신탁부서는 고객들의 항의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만 문제가 아니다.

가까스로 원금은 건졌지만 수익률이 1%도 안되는 펀드들도 수두룩하다.

지난 2일 만기가 돌아온 S은행 성장형 상품에 가입했던 한 주부는 1억3천만원을 맡겼다가 단돈 15만원의 이자를 받았다.

중도해지가 불가능해 뚝뚝 떨어지는 수익률을 지켜 보면서도 1년간 돈을 묻어둘 수 밖에 없었다.

그는 "가입할땐 은행정기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수 있으니 걱정말라고 얘기해놓고 이럴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원금도 못찾거나 턱없이 낮은 배당금을 받고 돌아가는 다른 고객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이들은 아예 돈을 빼가거나 안전한 은행예금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은행별로 1호 펀드에 가입한 고객중엔 20%가 넘는 고수익을 얻은 경우도 있지만 후속펀드들의 실적이 부진한 탓에 선뜻 돈을 다시 맡기지 않고 있다.

4월중 만기가 돌아온 단위금전신탁은 4조8천억원이었으나 이중 추가예치된 금액은 20%가 안되는 것으로 은행권은 파악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대부분 정기예금이나 수시입출금식 예금 등 은행계정으로 옮겨갔거나 아예 은행을 빠져 나갔다.

5월중 만기가 돌아오는 단위금전신탁은 3조7천억원에 이르지만 4월펀드보다 만기수익률이 더 낮아 재유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대책은 없나 =은행신탁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만기자금을 끌어들일만한 매력적인 상품이 없다는 점에 있다.

지난 3월 은행 신탁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주식편입비율을 30%에서 50%로 확대하고 중도해지와 추가입금이 가능한 추가형금전신탁 판매를 허용했지만 주식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대체상품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신탁계정의 활성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신탁기간의 자율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고객들이 은행신탁을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 만기가 1년이상으로 길다는 점 때문이다.

추가형금전신탁의 경우 중도해지가 가능하지만 중도해지 수수료가 높아 별 효과가 없다는 평가다.

신탁관계자들은 이밖에 투신사의 수익증권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주식과 채권 매매차익에 대한 비과세혜택을 은행신탁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그동안 투신사 구조조정이라는 급한불부터 끈 다음에 은행신탁에 손을 대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금융감독원은 올 하반기 전면적인 은행신탁 제도개선을 위해 금융연구원에 은행신탁 발전방안을 의뢰해놓은 상태다.

그러나 은행들은 한시가 급하다는 입장이다.

박성완 기자 psw@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