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정부, 무엇을 해야 하나..김병주 <서강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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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고액권이 널려 있다고 치자.
똑똑한 척하는 행인은 그게 진짜돈이라면 누군가 벌써 집어 챙겼을테니까 가짜일테지 지레짐작하고 허리굽혀 줍는 수고를 아낄 것이다.
오늘날 세계에서는 자본 지식 인력등 생산요소의 국제적 이동이 과거보다 훨씬 자유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부유국과 다수의 빈곤국간의 소득격차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벌어지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맹큐 올슨(1932~98)은 앞의 행인을 비유해 빈곤국들이 노력하면 잡을 수 있는 경제성장의 기회를 상실하고 있음을 주목한다.
나라마다 주어진 부존자원(인간자본 포함)이나 기술에 차이가 있다해서 그것만으로 지속적 빈곤을 설명할 수 없다.
부족한 것을 외국에서 선뜻 빌려 쓸 수 없도록 만드는 여러가지 제도와 경제정책이 문제의 뿌리라고 본다.
경제학 논리를 정치.사회문제로 확장시킨 "집단행동의 논리"(1965) "국가의 흥망"(1982) 등 저술로 명성을 굳힌 올슨은 한국 등 동남아시아 경제위기를 바라보면서 원고를 다듬다 타계했다.
미완의 유작 "권력과 번영"(2000)은 어떤 형태의 정부,어떤 유형의 경제정책이 번영을 기약하는가의 문제를 집중 조명한다.
올슨은 시장기능을 효율적으로 작동시켜 경제적 번영을 얻으려면 정부가 다음 두가지 근본과제에 충실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는 시장참여자들간에 분명한 사유재산권을 보호해주고 거래계약이 성실히 이행되도록 보살필 만큼 힘을 갖춰야하고 둘째로 정부 스스로 국민일반의 권익을 침해하는 약탈적 권한을 적절히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 시각이야말로 올슨의 칼날처럼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인간이 서로 늑대처럼 물고 뜯는 홉스(1588~1679)의 무정부사회에서 안정적 경제생활이나 시장질서는 생각할 수 없다.
올슨은 청조 말 군벌들이나 비적들이 날뛰던 시대를 상기시킨다.
떠돌이 도적떼들은 이곳 저곳 마을을 노략질할때 깡그리 거덜낸다.
다음 기회를 생각할 만큼 머리와 힘이 있는 도적들은 주민들의 생업이 가능할 만큼은 남기고 턴다.
그 가운데 일정한 지역을 장악할 만큼 힘이 붙은 도적떼는 눌러앉아 다른 도적들의 분탕질을 막아주고 그 대가를 조세형태로 독점 징수한다.
목전의 이익을 노려 세부담을 과중히 매기면 마을경제가 위축되고 세수입도 줄어든다.
그러다가 마을경제도 윤택해지고 도적의 세수입도 늘어나는 적정한 수준에 접근한다.
점차 주민의 환심을 산 도적 출신들의 위엄이 높아간다.
이래서 귀족들이 생겨나고 우두머리는 왕위에 오른다.
역사는 승자들이 쓴 것이기에 왕권은 하늘이 내렸다는 왕권신수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것은 그럴싸한 역사적 추리다.
현대에 있어서도 독재국가에서는 약탈자적 성격이 여실히 드러난다.
민주주의적 정치가 발달된 나라에 있어서도 특수 이익단체들의 집단행동에 밀려 일반국민의 권익이 침해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다수의 일반국민은 대정부 목소리를 집중시키는 노력을 소홀히 한다.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재가 개별 국민에게 주는 혜택이 작게 분산되고 무임승차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익단체 구성원들은 다수의 권익을 희생하고 집중적으로 얻는 혜택을 얻으려 노력을 경주할 수 있다.
우리사회의 경우 새로운 정권이 지연.학연.혈연에 따라 창출되고 소외된 일반국민은 박탈감을 경험하게 된다.
국민생산의 대부분은 민간부문에서 창조된다.
이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편해야 국민경제가 번영한다.
후진국의 기업들은 흔히 정부의 비호하에서 성장의 길을 모색하기 때문에 관료 및 정치권과의 부패사슬이 두텁게 이어진다.
기업은 법이 정하는 조세를 납부하고도 준조세를 뜯기는 데가 너무 많다.
일부 기업뿐만 아니라 변호사등 전문직종도 탈세놀이에 탐닉한다.
결국 월급봉투가 투명한 직장인들만 수탈된다.
대형사고가 있을 때마다 유가족의 비통함에는 동정이 가지만 시체를 앞에 놓고 흥정을 벌여 얻는 보상금이 이웃 동포의 주머니가 아니고 어디서 나오는지 자문해야 한다.
국민 서로가 도적질,깡패질하도록 방임되는 사회에서 질서 정의 예의가 있을 수 없다.
경제주체들의 생산적 경제활동이 차질없이 전개될 수 있고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경제위기의 재연을 막을 수 있다.
정부가 할 일은 무엇인가.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사회의 기본 법질서를 바로 잡고 이익집단들의 이기주의에 휘둘려 다수 국민의 권익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등 시장기능을 강화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법질서가 없는 상황에서는 약육강식의 정글이 되고 소수이익에 의한 다수이익이 예속화되는 사회로 전락하고 만다.
pjkim@ ccs.sogang.ac.kr
똑똑한 척하는 행인은 그게 진짜돈이라면 누군가 벌써 집어 챙겼을테니까 가짜일테지 지레짐작하고 허리굽혀 줍는 수고를 아낄 것이다.
오늘날 세계에서는 자본 지식 인력등 생산요소의 국제적 이동이 과거보다 훨씬 자유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부유국과 다수의 빈곤국간의 소득격차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벌어지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맹큐 올슨(1932~98)은 앞의 행인을 비유해 빈곤국들이 노력하면 잡을 수 있는 경제성장의 기회를 상실하고 있음을 주목한다.
나라마다 주어진 부존자원(인간자본 포함)이나 기술에 차이가 있다해서 그것만으로 지속적 빈곤을 설명할 수 없다.
부족한 것을 외국에서 선뜻 빌려 쓸 수 없도록 만드는 여러가지 제도와 경제정책이 문제의 뿌리라고 본다.
경제학 논리를 정치.사회문제로 확장시킨 "집단행동의 논리"(1965) "국가의 흥망"(1982) 등 저술로 명성을 굳힌 올슨은 한국 등 동남아시아 경제위기를 바라보면서 원고를 다듬다 타계했다.
미완의 유작 "권력과 번영"(2000)은 어떤 형태의 정부,어떤 유형의 경제정책이 번영을 기약하는가의 문제를 집중 조명한다.
올슨은 시장기능을 효율적으로 작동시켜 경제적 번영을 얻으려면 정부가 다음 두가지 근본과제에 충실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는 시장참여자들간에 분명한 사유재산권을 보호해주고 거래계약이 성실히 이행되도록 보살필 만큼 힘을 갖춰야하고 둘째로 정부 스스로 국민일반의 권익을 침해하는 약탈적 권한을 적절히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 시각이야말로 올슨의 칼날처럼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인간이 서로 늑대처럼 물고 뜯는 홉스(1588~1679)의 무정부사회에서 안정적 경제생활이나 시장질서는 생각할 수 없다.
올슨은 청조 말 군벌들이나 비적들이 날뛰던 시대를 상기시킨다.
떠돌이 도적떼들은 이곳 저곳 마을을 노략질할때 깡그리 거덜낸다.
다음 기회를 생각할 만큼 머리와 힘이 있는 도적들은 주민들의 생업이 가능할 만큼은 남기고 턴다.
그 가운데 일정한 지역을 장악할 만큼 힘이 붙은 도적떼는 눌러앉아 다른 도적들의 분탕질을 막아주고 그 대가를 조세형태로 독점 징수한다.
목전의 이익을 노려 세부담을 과중히 매기면 마을경제가 위축되고 세수입도 줄어든다.
그러다가 마을경제도 윤택해지고 도적의 세수입도 늘어나는 적정한 수준에 접근한다.
점차 주민의 환심을 산 도적 출신들의 위엄이 높아간다.
이래서 귀족들이 생겨나고 우두머리는 왕위에 오른다.
역사는 승자들이 쓴 것이기에 왕권은 하늘이 내렸다는 왕권신수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것은 그럴싸한 역사적 추리다.
현대에 있어서도 독재국가에서는 약탈자적 성격이 여실히 드러난다.
민주주의적 정치가 발달된 나라에 있어서도 특수 이익단체들의 집단행동에 밀려 일반국민의 권익이 침해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다수의 일반국민은 대정부 목소리를 집중시키는 노력을 소홀히 한다.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재가 개별 국민에게 주는 혜택이 작게 분산되고 무임승차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익단체 구성원들은 다수의 권익을 희생하고 집중적으로 얻는 혜택을 얻으려 노력을 경주할 수 있다.
우리사회의 경우 새로운 정권이 지연.학연.혈연에 따라 창출되고 소외된 일반국민은 박탈감을 경험하게 된다.
국민생산의 대부분은 민간부문에서 창조된다.
이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편해야 국민경제가 번영한다.
후진국의 기업들은 흔히 정부의 비호하에서 성장의 길을 모색하기 때문에 관료 및 정치권과의 부패사슬이 두텁게 이어진다.
기업은 법이 정하는 조세를 납부하고도 준조세를 뜯기는 데가 너무 많다.
일부 기업뿐만 아니라 변호사등 전문직종도 탈세놀이에 탐닉한다.
결국 월급봉투가 투명한 직장인들만 수탈된다.
대형사고가 있을 때마다 유가족의 비통함에는 동정이 가지만 시체를 앞에 놓고 흥정을 벌여 얻는 보상금이 이웃 동포의 주머니가 아니고 어디서 나오는지 자문해야 한다.
국민 서로가 도적질,깡패질하도록 방임되는 사회에서 질서 정의 예의가 있을 수 없다.
경제주체들의 생산적 경제활동이 차질없이 전개될 수 있고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경제위기의 재연을 막을 수 있다.
정부가 할 일은 무엇인가.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사회의 기본 법질서를 바로 잡고 이익집단들의 이기주의에 휘둘려 다수 국민의 권익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등 시장기능을 강화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법질서가 없는 상황에서는 약육강식의 정글이 되고 소수이익에 의한 다수이익이 예속화되는 사회로 전락하고 만다.
pjkim@ ccs.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