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은 2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대와 대우는 기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증시에서 현대 위기설이 나돌면서 혹시 대우 꼴이 되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 것과 관련, 현대는 대우와 차원이 다르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최근 증권시장에서 현대 주가가 급락하면서 우리 경제의 안정 기조를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장관이 이날 밝힌 현대와 대우의 차이점은 우선 계열사가 수익을 내느냐 여부다.

대우의 경우 대우자동차 (주)대우 대우전자 등 주요 계열사들이 돈을 벌지 못해 현금수요를 스스로 해결할수 없었다.

하지만 현대는 계열기업에서 수익을 내고 있고 현금흐름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현대 계열사의 단기유동성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대측은 99년말 현재 가용예금규모가 3조원에 달하는 등 5조원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전자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등 주요계열사들이 흑자를 내고 있다.

현대전자의 경우 반도체 경기 호조로 1.4분기에 작년 동기보다 1백31%나 늘어난 14억9천만달러를 수출했으며 현대중공업도 조선부문 수주가 2백19% 증가한 11억4천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수주실적도 1.4분기중 1조8천억원에 이른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해외 공사후 아직까지 받지 못한 악성채권을 모두 털어내 올해 큰폭의 흑자가 예상되고 있다.

또 부채비율을 1백81%(99년말 현재)로 낮춤으로써 수익성도 대폭 향상됐다.

수익을 내지 못해 차입금 이자도 제대로 낼수 없었던 대우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수익기반이 없었던 대우는 돈을 빌려 차입금을 갚는 "밑빠진 독"이었다.

현대와 대우와의 또다른 차이는 계열 분리 여부다.

대우는 상호지급보증이나 상호출자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한 기업이 부도를 내면 그룹 전체가 흔들릴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에 비해 현대는 이미 자동차 전자 금융 등으로 상당수준 계열분리를 진행중이다.

분리작업은 상반기중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현대 계열사들이 독립법인화하는 가운데 국제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외국업체와 조만간 전략적 제휴를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분리가 이뤄지면 독립경영이 가능해지고 최악의 경우라도 대우처럼 전 계열사가 넘어지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셋째는 경영투명성이다.

대우는 김우중 전 회장의 1인체제로 그룹경영이 이뤄졌다.

그룹 고위임원이라도 경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사람이 적었다.

이에비해 현대의 경우 경영투명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 장관은 "우선 현대증권 현대투신 등 현대 금융계열사의 경우 오는 5월 주총을 계기로 독립적 사외이사 임명, 감사위원회 구성, 준법 감시인 선정 등 대외 신인도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 노력이 있을 것"이라며 "기대해도 된다"고 언급했다.

이 장관은 다만 현대가 정부로부터 인수한 현대투신(옛 국민투신)의 유동성이 다소 문제라며 2조~3조원에 달하는 연계 콜 문제는 시간을 두고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투신의 신탁재산은 클린화 작업이 상당정도 이뤄져 고객들에겐 전혀 피해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최근 증권시장의 급락은 시장경제로 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시장참여자의 충동적 반응이나 비합리적인 공포심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현철 기자 hckang@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