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삼동 심원빌딩 501호.

밀레니엄테크마(대표 강승일)란 벤처기업 사무실이다.

최근 이곳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주제는 인터넷 기업이 개발 의뢰한 비즈니스모델(BM).

신입직원이 주재하는 이 회의에서 사장으로부터 평사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오전 9시에 시작된 회의는 기본 개념을 설정하고 개발 과정의 문제점을 검토하는 데만 어느덧 3시간30분을 넘기고 있었다.

김밥으로 점심을 대신한 회의는 곧바로 직원들의 역할 분담으로 이어졌다.

각자가 자신이 맡을 수 있는 개발 영역과 소요 기간을 설명하고 서로의 영역을 재조정하느라 마라톤회의는 결국 7시간만에 끝났다.

인터넷 리서치 전문업체인 밀레니엄테크마에선 이런 회의가 매주 토요일 열린다.

겉으로는 다른 회사의 정례 회의와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회사만의 독특한 회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우선 회의 주재자는 참석자 가운데 가장 경력이 짧고 어린 직원이다.

회의 중에는 상하 구분없이 모두 동등한 자격이다.

사장이 주재할 경우 서로 눈치보며 말을 꺼리기 때문에 아예 사장이나 팀장이 평사원의 입장에 서는 것이다.

회의 진행도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 방식으로 계속된다.

특정 주제에 대해 반론과 재반론이 반복되더라도 결코 제지하지 않는다.

누구나 언제든지 하고 싶은 말을 꺼내고 할 말이 없으면 그냥 지켜보기만 해도 된다.

또 회의 참석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출석을 체크하지 않는다.

회의는 어김없이 오전 9시에 시작되지만 아무때든 출근하는 대로 회의에 참여하면 된다.

아이디어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은 아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

주재자는 회의중에 나온 말을 모두 메모해 회의가 끝나면 각자의 E메일로 보내준다.

이를 통해 서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정보를 얻게 된다.

또 사장이나 팀장이 지시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각자의 업무 모델과 영역을 만들어내게 된다.

밀레니엄테크마의 강 사장은 미국에서 BM을 개발할 때 즐겨쓰는 회의방식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 회사가 유기적으로 돌아가려면 구성원 모두의 지식과 아이디어가 공유돼야 한다"며 "가장 편안하고 자유로운 회의를 통해 각자가 품고 있는 아이디어와 정보가 회사의 자산으로 결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정한영 기자 chy@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