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각부처별로 한건주의 정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고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대북사업 계획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인도적 지원성 경협은 몰라도 대규모 경협을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이 정상회담을 받아들인 것은 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 분명한 만큼 지원성 경협을 조기 가시화하는 것은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경협이 남북관계 해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렛대임이 분명해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 상업베이스에 의한 본격적인 경협이 가능하기 위한 선결과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경협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환거래계약(Corres), 결제제도,투자보장협정과 이중과세방지 같은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이런 제도적 장치마련은 지난 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합의한 사항이나 10년 가까이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다.
우리측에서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진전을 기대하고 있으나 북한측이 응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재원조달은 더 큰 문제다.
정부부터가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사업에 대한 참여천명으로 앞장서 바람을 잡고 있으나 재원조달 문제에 대한 청사진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남북협력기금이나 대외협력기금은 SOC 투자를 지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국가부채를 감안할 때 추가적인 재원조성도 쉽지 않은 상태다.
북한의 대일 수교자금과 국제금융기구 자금을 활용하는 것도 아직은 아이디어 차원에 불과하다.
설령 이들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대일 수교자금은 일본기업이,국제금융기구 자금은 미국 등 제3국 기업이 독차지할 가능성이 커 우리 기업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지도 모른다.
벌써 부터 중복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는 민간기업들의 대북 진출경쟁도 우려되기는 마찬가지다.
동종업종 기업간 볼썽 사나운 경쟁을 벌이거나 무리한 대북진출로 투자실패 사례가 나타날 경우 남쪽기업에 대한 신뢰상실로 이어져 대북사업에 찬물을 끼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북경협은 당장의 이익 보다 경제통합을 촉진해 남북 모두에 경제적 편익을 가져올 수 있도록 추진돼야 한다.
중구난방식의 사업추진을 지양하고 사업의 타당성이 입증되고 재원조달이 용이한 사업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나 전경련 같은 경제단체가 중심이 돼 마스터 플랜을 마련해 체계적이고 차분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