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9일 중국의 대표적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8848넷"에서 쇼핑을 했다.

책 한 권과 CD 2장 등 모두 23위안(1위안=약 1백40원)어치 상품을 비자카드 결제로 주문을 냈다.

물품이 배달된 것은 지난 3월 14일, 주문 후 24일째 되는 날이었다.

신용카드로 주문을 내면 20일 쯤 걸린다는게 8848넷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국 인터넷 비즈니스의 현주소다.

물건이 배달되던 바로 그 날.

미국 아메리카온라인(AOL)의 스티브 케이스 회장은 조지 메이슨 대학 연설을 통해 뜻밖의 발언을 했다.

그는 미국 의회에 대해 "중국의 영구정상무역관계(PNTR) 승인안을 통과시키라"고 촉구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무산된다면 미국이 중국 인터넷 시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두가지 사안은 중국 인터넷 비즈니스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 준다.

중국 인터넷 시장은 아직 척박한데도 AOL 등 선진 인터넷 업체들은 기를 쓰고 중국으로 달려들고 있다.

중국 인터넷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신용거래 부재에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출발점인 전자상거래가 열악한 신용카드 보급으로 기형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중국에는 무단(공상은행 발행) 창청(중국은행) 이왕통(자오상은행) 등의 신용카드가 있다.

그러나 발행조건이 워낙 까다로워 20~30대 인터넷 고객층은 엄두도 못낸다.

8848넷의 왕리리 사장 보좌역은 "신용카드 문제는 전자상거래업체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8848넷은 전체 물품거래의 50%를 상품 배달원이 대금을 수령하는 현금결제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거래는 30%에도 못미친단다.

유명브랜드 상품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소비자들은 인터넷으로는 품질을 믿을 수 없어 선뜻 구매에 나서지 못한다.

중국 전체 전자상거래 물품중 서적과 CD가 50%이상 차지하는 이유다.

이밖에 택배시스템 미비, 가격흥정에 익숙한 상거래관행, 기업과 기업간 내부거래 등이 인터넷 비즈니스 발전을 막고 있다.

최근 극성인 해커도 전자상거래를 위협하고 있다.

이달들어 전자서점인 당당, 종합쇼핑몰인 EC123 및 IT163 등에 해커가 침입, 데이터를 망가뜨렸다.

엔광 당당서점 마켓팅이사는 "해커가 인터넷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건전한 인터넷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같이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외국 업체와 투자자금이 중국으로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관심은 중국 인터넷의 미래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 투자하면 2~3년안에 세계 최대 사이버 시장에서 부를 거머쥘수 있다는 확신이다.

외국투자자들이 중국 인터넷 미래를 낙관하는 가장 큰 요인은 정부의 확고한 육성방침이다.

중국은 인터넷의 부작용을 우려, 한동안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었다.

기공단체인 파룬공이 인터넷을 통해 퍼졌다는 점에서 고민이 더했다.

중국정부는 그러나 최근 "인터넷 뉴스 보도는 통제하되 비즈니스정보 유통은 장려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신식(정보)산업부는 전자상거래 인터넷서비스제공(ISP) 인터넷콘텐츠제공(ICP) 등과 관련된 법규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또 해외로 통하는 국제 인터넷 용량(대역폭)을 현재 3백51Mbps에서 올해말까지 1G(1천M)bps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특히 WTO 가입과는 별도로 인터넷 시장을 대폭 개방키로 했다.

우지촨 신식산업부장은 "우선 베이징 상하이 광조우 등 3개 도시 인터넷분야 외국투자 지분참여를 50% 범위내에서 공식 허용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이를 14개 주요 도시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인터넷 시장으로 가는 문은 활짝 열렸다.

드넓은 황무지 "사이버 차이나"는 중국인.중국문화를 가장 잘 이해하고 이를 사이버 공간에 적절하게 옮길 수 있는 벤처영웅을 기다리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