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정보화 시대를 맞아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으로 "열풍은 계속돼야 한다"는 예찬론이 있는가 하면 "거품이 많이 끼여있어 걱정스럽다"는 신중론도 만만치않다.
벤처열풍의 진원지 역할을 하고 있는 코스닥시장이 주춤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벤처열풍에 대해 대체로 걱정하는 시각이 많은 편이다.
우선 벤처기업으로 포장된 수많은 신생기업들의 내용이 과연 충실한가를 부정적 시각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벤처기업들 가운데 수익전망이 불투명한데도 정보화 관련기업 또는 신기술사업으로 포장된 소위 "무늬만 벤처"인 기업들이 상당수에 달한다고 보는 것이다.
벤처붐을 타고 옥석이 가려지지 않은채 진짜 벤처기업들과 뒤섞여 이들 기업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뛰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수익전망이 불투명한 벤처기업들의 경우 언젠가 탈락의 비운을 맞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데 그럴 경우 사회적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않고 상대적으로 기존 제조업의 몰락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점도 부정적 시각의 한 축을 이룬다.
시중의 한정된 재원이 벤처쪽으로 몰리다보니 기존산업의 자금사정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그러다 보면 상대적으로 생필품산업은 물론 수출산업의 성장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증폭되고 있다.
한마디로 자원배분이 왜곡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고 온 세상이 인터넷으로 뒤덮여도,의.식.주를 외면할수 없기 때문에 제조업을 홀대해선 안된다는 감정섞인 얘기까지 나온다.
또 벤처열풍으로 인재들이 너도 나도 벤처쪽으로 몰리면서 직장인들의 가치관이 바뀌고 임금체계와 인력수급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우려되는 점이다.
반면 코스닥 열풍이 바람직하다는 시각의 논리는 이렇다.
인터넷 혁명으로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현상에 비춰보면 지극히 당연하고 신흥 벤처기업의 부상은 경제체질개선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균형발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신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벤처기업들로 자금이 몰려 들면서 기술개발을 촉진시키고,이는 경제활력소로 작용해 성장을 가속화시키면서 고용을 증대시키는 선순환과정을 겪게 된다.
예컨대 기술력이 다소 미약한 벤처기업이라 하더라도 코스닥 상장을 통해 넉넉한 자금이 확보되면 이를 기술개발에 쏟아부어 경쟁력 높은 기업으로 재탄생할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걱정하는 코스닥등록기업의 대량도산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그래서 나온다.
소득분배나 기술개발촉진을 위해서도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주장한다.
벤처창업이 전문기술인력들에 의해 주도되고,이들이 새로운 부자로 등장함에 따라 기존의 경제력집중이 분산될 뿐만 아니라 기술개발 의욕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벤처기업을 둘러싼 논란의 초점을 대충 정리해 보면 어느 쪽 주장이 분명하게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코스닥 열풍"과 "벤처기업 열풍"에 대한 평가를 동일시하거나 혼동하면서 여러가지 오해들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벤처기업들이 각광을 받는 벤처열풍은 계속돼야 마땅하다.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 벤처의 순기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문제는 코스닥이다.
기업내용에 상관없이 벤처라는 옷만 입혀 놓으면 주가가 천정부지로 뛰고,아무리 미래가치로 평가한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높은 주가가 형성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기업내용이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소위 "묻지마 투자"가 훗날 엄청난 부작용을 수반할 것이라는 점은 비판론자건 예찬론자건 함께하는 인식이다.
따라서 머니게임의 양상을 불식시키고 기업내용을 투자자들에게 충실히 알려주는 것이 시장 정상화의 유효한 대책이다.
벤처열풍에 대한 부정적 시각의 또다른 측면은 정보산업이 벤처기업의 전부인양 이해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 아닌가 싶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정보화 기업들이 모조리 살아남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중소기업청등에 등록된 벤처기업의 70%가 제조업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오해와 편견을 갖기에 충분하다.
지난 27일 서울 삼성동의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는 벤처업계 주최로 대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상호협력 방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대립이 아닌 상호보완관계로 발전시키면서 공생모델을 함께 가꿔나가는 새로운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