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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칼럼] 선거, 작은이익 큰이익..김우창 <고려대 영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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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총선에서 바른 선거풍토를 해치는 요인으로 지적되는 것들이 있다.

    으뜸가는 것은 물론 지역감정이다.

    선거 때마다 문제되는 관권 금권도 그러한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을 만들어내는데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1차적으로 정부 정당과 그 지도자 및 입후보자이지만 잘못은 그러한 것들을 수용하고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태도에도 있다.

    이렇게 말하면 문제 해결은 크게 볼때 관과 국민의 수준 향상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사람이 연고를 선호하고 이익을 쫓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공공성 문화의 부재를 개탄할 수도 있지만 조금 더 현실적 차원에서 원인은 작은 이익의 동기를 이겨낼 다른 동기가 별로 주어지지 않는 데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즉 더 큰 이익이 다른 데 있다면 작은 이익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여기에는 민족 국가 사회 또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질서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큰 이익이 분명치 않을 경우에 지역감정이나 금전적 이익,그것도 극히 작은 금전적 이익이 크게 보이는 것을 탓할 수만은 없다.

    선거와 정당제도는 국민의 대변자를 뽑는 것 이외에 국가와 사회의 중요한 과제와 해결책을 분명히 하고 그에 대해 국민에게 선택을 구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그러한 과제와 선택의 명료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무엇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 분명치 않은 판국에 선거가 출마자와 개인의 영달,정당의 권력 장악 경쟁으로 파악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유권자가 극히 직접적인 의미에서 이익이 되는 것 아니면 적어도 감정적 충족이라도 줄 수 있는 것을 쫓는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정당의 정강정책과 공약은 미래를 위한 과제와 방향을 제시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지금의 정당들에 정강정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람들에게 큰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중요한 정책들이 있다고 해도 그것들은 진지하게 추구되는 목표라기 보다 공허한 선전에 불과하다는 것이 사람들이 가진 일반적인 생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정당들의 정책 주조가 비슷하다는 점도 작용한다.

    경제성장 민주주의 사회복지 민족통일 등을 말하지 않는 정당은 없다.

    목표 수행의 세목에 차이가 있고 특히 정책담당자에 차이가 있겠지만 패 가름과 정권이익 분배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아닌 경우에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차이라고는 생각되지 아니할 것이다.

    주류 정당의 정책들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경제일 것이다.

    나머지는 요식적으로 거론할 가능성이 짙다.

    경제의 중요성을 부정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는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인간의 동기 가운데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뿌듯하게 하는 동기가 되지는 못한다.

    "다같이 열심히 일해 돈을 잘 법시다" 이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개인적 이해관계를 국민적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을까.

    사람들이 돈을 추구하는 것은 허황한 것이라 할지라도 돈이 약속해주는 보다 나은 삶에 대한 꿈에 자극되기 때문이다.

    이것 없이는 돈의 추구가 그렇게 강한 동기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경제지표로 표시되는 집단적인 경제목표는 이러한 꿈의 차원은 아니다.

    집단적인 목표는 어떤 경우에나 자기희생을 요구하게 마련인데 경제지표의 향상을 위해 자기희생이 얼마나 요구될 수 있을 것인가.

    경제는 중요하면서도 그것이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은 모두가 함께 가는 원대한 사회적 비전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주된 업적의 하나로 내세우는 것이 "IMF위기" 극복이다.

    경제위기의 극복은 지난번 선거에서 위임 사항의 하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 승리의 동인을 여기에서 찾는 것은 착각일 것이다.

    현 정부를 밀어주었던 보다 큰 힘은 군사정권과의 투쟁에서 국민들이 갖게 된 보다 나은 사회를 향한 소망,보다 민주적이고 자유롭고 인간적인 사회에 대한 도덕적 비전이었다.

    실망으로 끝났지만 김영삼 정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러한 비전은 지금에 와서 거의 증발해버린 것으로 보인다.

    언론들은 연일 선거 뉴스로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기사의 초점은 선거의 향방이나 의미보다는 정당간 또는 지역 단위 후보들의 지지도나 당선 가능성에 있다.

    스스로 권력 게임 안에 깊이 개입돼 있는 언론이 선거를 주로 이러한 관점에서 보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선거는 유명한 선수와 집단의 부침과 승부거리의 흥미를 제공해준다.

    고향팀이 있고 공짜 선물까지 있다면 경기는 더 재미있는 것이 될 것이다.

    도덕적 비전과 기준이 없는 곳에서 나라의 일도 그러한 수준의 일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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