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독점전재 ]

손 마사요시(한국명 손정의)소프트뱅크 사장은 일본의 젊은 하이테크 기업가들에게는 우상같은 존재다.

그의 강연회에는 성공담을 듣기 위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그는 단순한 인터넷사업가가 아니다.

일본의 부패한 기업환경을 척결하고 유망한 하이테크미래의 씨앗을 심겠다고 외치는 경영의 선각자다.

최근 소프트뱅크는 컨소시엄을 구성,일본신용은행(NCB)을 인수했다.

구경제에까지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그동안 소프트뱅크 주가의 상승세는 현기증 날 정도로 급속했다.

지난달 소프트뱅크 주가는 19만8천엔을 기록,1년 사이에 무려 30배나 뛰었다.

싯가 총액은 2천억달러 고지에 올랐다.

소프트뱅크 지분 38%를 갖고 있는 손 사장은 곧 빌 게이츠를 누르고 세계 최대 갑부자리에 오를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손 사장은 미국 나스닥시장의 동요,최고금융책임자인 기타오 요시타카와의 불화 등 각종 문제에 부딪쳤다.

게다가 히카리통신 사장이자 소프트뱅크 이사인 시게타 야수미추의 구속설이 나돌면서 소프트뱅크는 큰 타격을 입었다.

최근 한달새 주가는 반토막났다.

이 때문에 인터넷제국을 꿈꾸는 소프트뱅크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손 사장이 날로 늘어나는 막대한 규모의 투자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투자머신을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투자자들이 주식과 채권 등으로 끊임없이 자금을 대주는 한 소프트뱅크머신은 별 문제없이 가동되겠지만 이것이 멈출 경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인터넷업체들에 대한 출자(투자)로 4조7천억엔에 이르는 막대한 자본이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당장 현금화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아직 상장되지 않은 기업들에는 끊임없이 현금을 더 쏟아부어야 한다.

따라서 소프트뱅크는 아시아 유럽 남미에 투자할 자금을 더 끌어모으기 위해 인터넷 투자펀드 설립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재무제표상으로 20억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다.

분명한 해결책은 손 사장이 보유중인 지분중 일부를 매각,부채를 상환하고 새로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러나 야심찬 비즈니스플랜을 갖고 있는 손 회장에게 이 방법은 검토대상이 아닌 것 같다.

손 사장은 NCB를 통해 소프트뱅크의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계속되는 부채 증가는 소프트뱅크나 이 회사가 투자하는 인터넷 신생기업들에 전혀 도움이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손 사장의 의도대로 NCB를 자금조달창구로 활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투자자들은 소프트뱅크를 통해 비상장기업,소프트뱅크의 합작사,제휴사 등에 6백8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이중 많은 기업들은 소프트뱅크가 일정액의 지분을 출자한 파트너십 형태의 회사로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에 따라 주주들이 소프트뱅크의 실제 자산이나 기업 현황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진짜 가치를 조금이라도 알려면 능숙한 회계사는 물론 증시 애널리스트,사립 탐정까지 동원해야 한다는 비아냥 소리가 나올 정도다.

지금까지 소프트뱅크에 대한 투자는 한마디로 손 회장의 능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제는 소프트뱅크의 실체와 문제를 좀 더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할 때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3월24일자>

정리=박영태 기자 pyt@ ked.co.kr